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어젯밤에 학생들에게 공지한 모양이었다. 부모들도 늦지 않게 와달라는 당부를 전해 들었다. 식장 앞에 도착했을 때 대기 줄은 몇 겹으로 꼬이고 꼬인 채 늘어져 있었다.
졸업생 1인 2매의 입장권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입장권만 있으면 당연히 입장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졸업식장의 주요 인사가 바로 내 자녀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오는 가족이 아니던가.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대통령 때문에 가족이 식장에 들어갈 수 없는 일이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진즉에 포기하고 옆 강당으로 이동했지만, 비교적 앞줄에 서 있던 사람들은 경호원들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희박하나마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장장 3시간 동안 치러질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곧 대통령의 축사가 있었다. 축사 도중 1층 석사생들이 자리한 블록에서 일순간 어수선한 동향이 포착되었는데, 이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 '대체 눈앞에 뭐가 지나간 거지?' 잠시 어리둥절해야만 했다.내가 자리한 곳은 사건이 일어난 블록의 바로 위층이었으므로 자세한 동향을 살필 수는 없었다. 내 눈이 의심스러워 옆 사람의 눈까지 동원해서 확인해야만 했다. '방금 무슨 일이에요?'라며 낯선 옆 사람의 눈을 쳐다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는 사이 대통령은 한순간 주춤하거나, 망설이지도 않고 축사를 읽어나갔다. 마치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듯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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