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학과 출신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학과는 취직과는 큰 인연이 없다. 요즘은 '문송하다'는 말이 대변할 정도로 인기가 없지만,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그래도 과 정원 60명을 넉넉히 채울 정도는 되었다. 사학과를 가면 답사를 간다. 선배들 말이 답사는 '사학과의 꽃'이라고 했다.
운주사로 가는 도로는 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들어가는 차는 우리뿐일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절 앞에 매표소와 말끔한 주차장이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탑들이 오솔길을 따라 하나둘씩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떠나 있던 옛 고향 집에 돌아온 듯 들뜨고 흥분되었다. 짧은 오솔길이 갑자기 넓어지며 공간이 열렸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눈앞에 석조불감이 있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침내 도달한 그곳, 더 이상 계단이 이어지지 않는 곳에 와불이 있었다. 30년 전 모습 그대로, 아니, 처음 새겨졌을 때 표정 그대로 거대한 얼굴 위에 평온함을 가득 담고 고요히 세월 아래 누워 있었다. 경이로웠다. 땅을 요 삼아 하늘을 이불 삼아 흘러가는 세월에 무심히 누워 있는 그 모습은 이 땅에서 묵묵히 견디어 온 이름모를 민초들의 마음 같았다.통일 신라 사람들이, 고려인들이, 그리고 그 후 이 땅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세월을 견디어 내어 온 표정이 그렇지 않았을까? 30년 전에 내 마음에 그토록 깊이 각인되었던 건 바로 그 무심하고 평온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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