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도, 거사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도 죽을 수밖에 없음을 알고도 이토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도 마냥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같은 범인은 그들이 겪었을 고뇌와 망설임의 만분의 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테러리스트이자 혁명가인 보리스 사빈코프의 자전적 소설 을 읽으며, 그들은 왜 창백한 말을 타려 하는지 생각해 본다. 은 실제 1905년 당시 모스크바 총독이던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왕자를 암살한 사빈코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된 소설이다. 제목인 '창백한 말'은 성경에 등장하는 '세계를 멸망시킬 4인의 기사' 중 하나인 '죽음'이 타고 오는 창백한 말을 뜻한다.1891년 모스크바 총독에 임명된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는 반동주의 성향을 띠었고, 이는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이자 조카인 니콜라이 2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훗날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된 '피의 일요일' 사건이 니콜라이 2세 때 발생한 사건이니, 세르게이가 왜 러시아 혁명가들의 표적이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겠다.
테러리스트 단체의 리더인 조지가 모스크바에 도착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이번 목표는 모스크바 총독이다. 이를 위해 폭탄 제조 전문가 에르나, 인류를 사랑하기에 테러에 함께하는 바냐, 기득권 세력을 증오하는 표도르, 사회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참여한 하인리히가 조직에 합류해 테러를 모의한다.테러리스트란 자신이 언젠가 죽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시작하는 일이기에 우선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명분을 가져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통해 본인의 목숨을 버릴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일이지 스스로 답해야 한다. 작가인 사빈코프의 분신이라 분석되는 바냐는 그렇게 총독 암살을 성공하고 경찰에 잡힌다. 그는 사형을 당하기 전에 조지에게 마지막 편지를 건넨다. '타인을 위해 자기 영혼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기' 때문에 살인도 할 수 있었다고 편지로 말한다. 이 대목에서 김훈 작가의 이 떠올랐다. 거사 성공 후 심문을 하는 미조부치와 안중근 의사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그렇다. 그러나 남의 나라를 탈취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자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 나는 그 죄악을 제거했다.테러리스트의 길은 예수의 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바냐와 달리 안중근 의사는 세례받은 신앙인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으로 흔들렸고,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총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토를 죽이는 것의 목적이 살殺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게 하려는 까닭을 말하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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