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8000만원이 증인에겐 얼마나 큰돈이라고 생각하세요?”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일당에 대한 공판 중, 증인으로 나온 피해자에게 판사가 물었다. 주로 사실관계를 따지는 법정에서 나온 이례적인 질문이었다. 피해자는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오랜 침묵 끝에 피해자가 울먹이며 말했다. “제가 사회생활 하면서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그 정도로 큰돈이죠.” 사기를 당한 집은 신혼집이었다. 전세보증금 8000만원은 전부 빚이었다. 그래도 신혼집인데 월세는 피해보자는 생각에 인생 처음으로 구한 전셋집은 석 달 만에 경매에 넘어갔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던 피해자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려버렸다. 대출을 갚을 수 있겠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피해자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며 “갚아야죠…”라고 말끝을 흐렸다. 피해자의 답을 들은 판사는 잠시 망설이다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혹시 시간이 되면 법전을 한번 읽어보세요.” 법정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판사가 말을 이었다.
“형법에 총칙 다음에 각칙이 나와요. 거기서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한 부분을 보면 생명을 침해하는 살인죄, 신체를 침해하는 상해죄 이렇게 순서가 있거든요. 그 편찬 순서는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의 중요도에 따른 것이에요. 형법을 꼭 찾아보세요.”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재판 방청을 마치고 곰곰이 생각했다. 판사 말대로 형법을 읽어보다가 그 이유를 짐작하게 되었다. 개인에 관한 부분 중 가장 우선한 것은 생명에 대한 죄였고,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것은 재산에 대한 죄였다. 판사는 피해자에게 당부를 건넨 게 아니었을까. 금전적으로 많이 힘들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생명이니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게 판사의 업무는 아니다. 하지만 증인신문이 예고됐던 피해자가 사망해 명단에서 빠지는 것을 본 그 판사는 어쩌면 법전을 빌려서라도 다음 희생자를 막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과연 형법 각칙 순서를 살펴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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