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 시절 갓 만들어져 아직 대학원 과정이 없는 신생 전공 과정에서 복수 전공을 이수하던 때다. 나는 교수님의 권유에 따라 학우들과 학회 발표를 하게 되었다. 수업에서 발표했던 연구 계획을 발전시켜 실험을 하고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교수님 연구실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새로 생긴 학과에서 근무하시는 데다 여러 과목을 강의하시잖아요? 그런데 유학도 다녀오시고 그동안 결혼을 하셔서 아이도 둘이나 출산해서 키우셨잖아요. 지금 저희 데리고 연구도 하시고… 대체 이걸 어떻게 다 하시는 거예요?"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20대 초반이었던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구체적인 여성 연구자의 삶에 관한 것이었다. 교수님은 본인이 어머니로서의 육아도, 교수의 업무도, 연구자의 연구도 다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아마 함께 있던 학생들을 단순한 학생이 아닌 자신과 같은 여성이자 예비 후배로 생각해 주셨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해주신 것 같다. 아니, 아무리 유능하고 똑똑해도 애를 낳고 키우면 그렇게 경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의 총량은 탐욕스럽지 않은 일자리와 비슷할지 모르나, 업무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더욱 헌신적으로 임해야 하는 탐욕스러운 일의 경우엔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으며 승진 기회를 잡기에도 더 유리해진다. 탐욕스러운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는 언제 어디서든 업무에 돌입할 수 있도록 '온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마찬가지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며 필요한 시간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육아와 병행할 수 없는 형식의 업무 방식이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월등히 높으며 여성이 질 좋고 안정적인 경력을 쌓기가 훨씬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진다. 여성은 경쟁자 남성과 비슷한 또는 더 나쁜 조건으로 취직하기 위해 남성보다 훨씬 더 높은 스펙을 쌓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공을 이수했으며 높은 영어 공인 시험 점수, 자격증 등을 보유한 여성이 그보다 낮은 업무 역량을 보유한 남성과 동일한 직급에 채용되는 경우는 당장 내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본다. 직관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항의하기에도 애매하다.그뿐만 아니라 여성 근로자는 승진에서도 차별을 겪는다. 한국은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으로도 세계적으로 악명이 자자한 나라다. 상장 법인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고작 5.2%에 그치며 이마저도 2년 전보다 1.2% 상승한 수치다.
이상의 통계에서 보이는 고용시장에서의 성차별은 그저 숫자로 표현된 수치일 뿐이다. 실제로 경제 활동을 해본 여성이라면 취직 과정에서 면접을 위해 화장 등 꾸밈노동을 해야 했던 경험, 결혼이나 임신, 출산 여부 또는 예정에 대한 질문을 면접 과정 또는 근무 중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종합해 보면 가족 내에서 여성이 져야 할 경제적 부담에 대한 기대는 증가했으나 임금 격차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으며, 워킹맘이 육아까지 해야 한다는 인식이 줄어들었을지언정 정작 실제로는 육아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는 뜻이다. 골딘은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여성이 경력과 가정을 모두 잡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며 또 필요한 방법은 기업이 문화를 바꾸는 것 그리고 공공 영역에서 돌봄 노동을 위한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이 탐욕스러운 일을 원하는 한 그리고 돌봄이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한 출산은 필연적으로 임금 격차와 부부 간 평등 저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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