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라는 단편영화를 만났다. 영화에는 두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취업절벽에 부딪히고 무한경쟁에 지쳐 한국을 떠나고 싶은 여성, 그리고 개인적 꿈을 뒤로 한 채 한국에서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캄보디아 여성 두 또래가 공장 야간근무 현장에서 만나서 부대끼게 된다. 서로 오해도 갈등도 빚지만 점차 공통분모를 찾아가며 상호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잔잔히 담은 버디무비다.영화에는 흔히 '한국독립영화' 하면 떠올리게 되는 잔인한 세태나 극단적 설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작품 속에서 설정된, 그리고 영화를 보는 스크린 바깥의 관객들이 체험하고 있는 극단적 상황이 공유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테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영화는 비록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어도 두 주인공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결말로 귀결된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잔잔한 감성은 억지 '힐링'과는 다른 결을 형성해내는 단단한 작업이었다.
연수가 과거의 자신 혹은 가르치던 학생들을 대하는 시선으로 지켜보는 과외학생 하나가 그 세 번째 등장인물이다. 자신이 과거에 지나왔던 행로처럼 연애를 하고 남자친구를 만나며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은 하나를 상대하며 연수는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겪는다. 이 3축 구조가 톱니바퀴처럼 작동하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교차하는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를 펼치는 게 아마도 김정은 감독이 목표한 기본설정일 테다.여기에서 특이점이 발생한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주인공은 분명히 연수인데도, 영화의 제목이 상징하는 것처럼 그녀는 '누군가의 딸'로 표현된다. 이를 통해 감독은 2030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의 공포를 영화 속에서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는 비전을 펼치려 한다. 크게는 현대 한국사회, 그리고 작게는 개별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십 년에 걸친 가족 내 지형묘사와 그에 관련된 여성들의 미시적인 투쟁사를 구현해보자는 야심찬 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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