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꽃 피우다 날도 해도 저물어 산으로 향한다. “점심 뭐 먹어. 어디야?” 당연히 집이겠거니 하고 던진 문자였다. 하지만 집에 있겠거니 했던 친구는 영 생뚱맞은 응답을 보내왔다. “아, 나 지금 산이야.” “무슨 소리야. 회사 그만뒀니?”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나에게 그는 산 정상의 멋진 풍경이 담긴 파노라마 사진을 보내왔다. 엇, 진짜잖아? 집에 있으려니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뒷산으로 산책을 다녀왔단다. 재택근무의 답답함에 진저리치다 했던 선택이었는데, 산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단 말도 덧붙였다. 유일한 해방 공간, 뒷산 공감한다. 재택근무는 지겹다. 물론 돈을 버는 모든 일은 어느 정도의 지겨움과 싸우는 걸 기본값으로 가지고 있다지만, 홀로 방 안에 꼼짝없이 앉아 8시간 근무를 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산에 간다’는 건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말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일부에게는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과 딱 맞붙어 있는 명제다. 산은 열려 있는 몇 안 되는 너른 공간이다. 공공체육시설도, 일반체육시설도 문을 닫은 상황에서 산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게임도 건배도 랜으로…밤새우는 줌년회 줌으로 모인다. “그땐 그랬지, 참 좋았지.” 추억하는 말은 잔뜩이지만 기억할 거리는 부족했던 송년회는 옛말이다. “그땐 이랬지. 참 좋았네.” 추억의 자료를 직접 꺼내놓고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것이 요즘의 랜선 송년회의 특성이다. 현장 녹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4시간이든 5시간이든, 녹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누가 무슨 얘기를 했고 뭘 먹으면서 놀았는지 죄다 기록이 가능해졌다. 다름 아닌 ‘줌년회’ 얘기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한창인데다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요즘, ‘줌년회’가 아니면 사람 얼굴 구경하기도 힘든 시대가 됐다. 다들 줌에 푹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