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를 이야기하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거냐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진보적인 이들이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회 언급했다.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 가서는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했다. 2023년 한국에서 자유주의는 반공주의 내지는 신자유주의를 의미하며, 주로 보수의 무기로 쓰인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가 확신에 차서 부르짖는 자유주의라는 개념은 사실 매우 논쟁적이다.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스웨덴 출신 역사학자로 미국 뉴욕 시립대 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자유주의라는 단어의 역사를 파헤친 역작이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다. 오늘날에는 자유주의가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정부가 보호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이렇게 개인의 이익을 중심에 놓는 자유주의 개념은 최근에야 생겨난 것이다.
심지어 ‘리버럴리즘’이라는 말 자체가 19세기 초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 이전 2000년 동안, ‘리버럴’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덕성을 표출하고, 공공선에 대한 헌신을 드러내며, 나와 타인이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의 중요성을 존중하는 것을 뜻했다.” 이랬던 리버럴의 의미가 미국 독립과 프랑스 혁명, 이후 독일과 영국에서의 논쟁 등 변곡점을 통과하며 어떻게 정치적으로 변화해가는지 책은 생생히 보여준다. 불평등에 대한 국가 개입을 시도한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이 냉전 이후 사회주의라고 매도되면서, 공동체의 도덕을 강조하는 원대한 기획이었던 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상으로 쪼그라든다. 관용과 토론이 사라지고 불평등이 화두인 우리 시대에, 잃어버린 자유주의를 되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감동적이다. 진보주의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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