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바삐 일하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그들은 라일리가 아이스하키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다음날 떠날 하키 캠프에 대한 걱정 없이 그녀가 잠들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 후 기쁨은 좋은 기억만을 골라서 라일리의 신념과 자아가 만들어지는 '신념 저장소'에 배치한다.
그렇기에 9년 만에 돌아온 속편 의 어깨는 무거웠다. 전편의 충격과 신선함을 유지하되,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실제로도 한계가 명확하다. 여러 아이디어를 가능한 많이 살리려 과욕을 부리다 보니 전편에 비해 만듦새가 다소 아쉽다. 하지만 1편의 명성을 잇기에는 충분하다. 드라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깊은 맛이 나고, 픽사가 늘 그랬듯이 성인 관객에게 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의 핵심은 사춘기다. 13살 청소년은 여러 변화를 겪는다. 부모님과 난 데 없이 싸우기도 하고, 과거와 다른 취미를 갖거나 머리 스타일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며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순수한 어린아이가 비아냥거리는 법도 터득한다.
하지만 기쁨도, 불안도 잘못은 없다. 이 모든 변화가 '나'를 찾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까. '신념 저장소'의 변화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기쁨이 가져다 놓은 기억만 가득하지만, 나중에는 불안이 가져놓은 기억이 더 많아진다. 끝내는 모든 기억이 한 데 뒤엉켜서 상황에 맞춰 변화하는 새로운 라일리의 자아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기쁨과 불안의 갈등은 결국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나 다름없다. 고유한 자아와 신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감정이, 그리고 모든 기억이 있는 그대로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 모두를 있는 그대로 곱씹어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더 나아가 라일리의 성장은 생각보다 더 거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밸이나 코치가 보는 나'보다 '내가 보는 나'가 더 중요하다고 깨닫는다. 그런데 이 교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유효하다. SNS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따르는 게 중요해진 현대 사회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즉, 는 현대 사회가 나날이 불안 사회가 되어가는 이유까지도 예상치 못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이러한 스토리는 의 탄탄한 구조 덕분에 더 잘 전달된다. 아이스하키 규칙을 영리하게 이용한 수미상관 구성이 대표적이다. 아이스하키 반칙 중에는 마이너 페널티가 있다. 상대를 막기 위해 신체나 장비를 과격하게 쓰는 반칙으로, 이 반칙을 범한 선수는 2분간 페널티 박스로 퇴장당한다. 라일리는 영화 시작과 끝에 한 차례씩 마이너 페널티를 범한다. 영화는 이 순간을 활용해 라일리의 사춘기를 요약한다.
예를 들어 감정 컨트롤 본부는 사춘기가 되자마자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는데, 이는 사춘기를 겪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또 라일리가 예전과 달리 비아냥거리거나 냉소하자 '의식의 흐름' 강은 거대한 폭포로 변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상술한 신념 저장소부터 비밀을 간직한 금고 등 스토리텔링의 배경이 되는 새로운 장소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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