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최OO 소개로 투자하신 IDS홀딩스 말이에요. 사기 같으니까 얼른 돈 빼세요.”“11월이 만기야. 3개월만 있으면 엄마도 더는 안 할 거야. 이거 아까운 거야. 지금 빼면 그동안 받은 이자 다 토해내야 해.”금융사기공화국① 피해자들 : “사기꾼은 죽어서도 속인다”
IDS홀딩스 사건의 피해자 손모씨 부부가 최근 중앙일보와 만나 피해를 입게 된 경위와 사건 이후에 어려워진 삶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손씨 부부는 번데기, 솜사탕 등 노점 장사로 모은 1억500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고 했다. 손씨 남편 이모씨는"서민들은 호소할 데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준호 기자 최씨는 IDS홀딩스 미래지점 소속 중간 모집책이었다. 대형 증권사 자산관리사 행세를 하며 상담료로 20만원을 받고 가짜 재무상담을 해줬다. 그러면서 “‘FX’ 마진 거래 사업 등 김 대표가 운영하는 해외 사업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투자하면 그 수익금으로 매월 1~10%의 이익배당을 보장하고, 1년 후에 원금을 돌려주겠다”며 재산의 대부분을 IDS홀딩스에 투자하도록 했다. 실제 증권사 사무실에서 직원 행세를 하고, 손씨가 자신을 통하지 않고 직접 돈을 입금하도록 했다.
5대 사건을 합쳐 12만명에 육박하는 피해자들은 저마다 사연이 다르지만, 취재진과 만난 이들은 대개 손씨 부부처럼 없는 돈, 있는 돈 알뜰히 모은 목돈을 은행이자보다 좀 더 불려보려 했던 서민·중산층이었다. 사모펀드 사기 사건인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의 경우 수익률보다는 판매사인 제도권 은행·증권 자산관리사들의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모아둔 돈을 전부 맡겼다가 피해를 봤다.우리은행을 통해 라임 펀드에 가입한 김모씨는 “3% 확정금리에 많이 굴러가면 5%까지 갈 수 있다. 부동산 담보를 갖고 있고 안정 채권에 투자가 되기 때문에 정말 안전하고 확실한 상품”이라는 PB의 말을 믿고 남편의 사망보험금 2억원을 넣었다.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아이들에게 남긴 돈이라 생각해 안전성을 꼼꼼히 물어 투자한 것이었다.
A씨는 “금리가 연 2.8%면 이자 떼고 1% 정도의 수익률을 감수하고 들어간 거라 고수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며 “심지어 중간에 돈 필요할 때 수시로 중도 환매가 된다고도 해 안전하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금융감독원의 100% 배상 결정으로 투자금 수억원을 모두 회복할 수 있었던 그는 “남들은 로또 맞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정당하게 돌려받은 돈”이라며 “판매사가 투자자에 책임을 물으려면 검증부터 똑바로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VIK 사건은 무인가 금융회사를 차린 뒤 유망 벤처기업 투자 명목의 크라우드펀딩을 빙자해 1조원대 불법 투자금을 모은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이다. 부모와 함께 투자해 1억2000만원을 날린 방씨는 “단순히 액수보다는 그 돈을 모으기 위해 들인 시간이 함께 날아가는 것 같아 허탈했다”고 말했다.결국 무위에 그쳤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방씨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중간 모집책들이 자신도 피해자라 주장하며 엉뚱하게 이철 대표 등 VIK 임원들에 대한 석방 탄원 운동을 벌이자 일부 피해자들이 불처벌 탄원서를 내는 등 동조했던 것이다. 모집책들은 “이철 대표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적폐 검찰’이 회사를 표적 수사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나와야 돈도 찾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꾀었다고 한다.
평생모은 돈이 1억 5천 … 왜 함부로 맡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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