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동안 미국 수도 워싱턴의 국립아시아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전시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다. 주인공은 미술관 정문 앞마당에 세워진 서도호 작가의 ‘공인들’이다.‘공인들’은 그 한복판에서 기념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복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대개 백인 남성을 기념하는 동상이 올라가 있는 여느 기념물과는 확연히 다르다. 동상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는 대신 동상대 아래를 400명의 사람들이 떠받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수가 절반씩이라는 것 외에는 이름도, 인종도, 시대 배경도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동상대가 권력이나 구조를 의미한다면, 동상대를 떠받치는 인간 군상들은 권력자와 긴장 관계에 있거나 때로는 억압받는 민중의 회복력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캐럴 허 NMAA큐레이터는 “작품은 특정 시대상을 가리키지는 않지만 저항의 감각을 보여준다”면서 “위정자들만큼이나 이름 없는 대중들도 역사에서 동등한 행위자라는 점을 웅변한다”고 설명했다.미국 미술관 ‘K아트’ 전시 성황 하지만 아시아 미술에 특화된 기관이 아닌 미국 굴지의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도 한국 미술 전시가 봇물이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도시 미술관 가운데 아직 한국 미술 특별전을 열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다.
1876년 설립된 필라델피아미술관은 지난해 10월 한국 현대미술전을 개최했다. 전시실은 물론 미술관 외부에까지 한국인 또는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 북미 최대 규모의 한국 현대미술 전시였다. 곧이어 그해 11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선 한국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12세기 청자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전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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