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젯밤 고라니와 함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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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17일차] 끝없는 연대의 발길... 농성 천막에 움트는 '사랑'

우리가 없었다면 마음껏 뛰놀았을 고라니에게 미안했는데, 이제는 진정한 이웃이 된 것 같다. 어디 이뿐인가. 이제는 할미새와 흰뺨검둥오리도 천막 옆을 태연하게 지나간다. 천막이 설치된 지도 오래되니 이제는 강의 일부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천막 농성장이 살아있는 강의 친구가 됐다. 농성장을 찾는 이들도 모두 강의 친구가 되어간다. 자기 살기도 바쁘고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도 아니어서 무관심할 수도 있는데 시간과 돈을 쓰며 함께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문도 나지 않고 서로 권하지도 않고 모두 말리기만 하는 농성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다고 안타까운 눈으로 방법을 묻는 모습을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지난 2023년 12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한국하천호수학회가 발행하는 에 '멸종위기 야생생물I급 흰수마자의 모래 선택과 잠입 행동에 관한 연구' 논문을 실었다.

수문을 열기만 해도 강 생태계가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는데 윤석열 정부는 가장 확실한 이 방법만을 제외한 채, 막대한 세금을 들여 녹조를 해결하겠다고 난리법석을 떤다. 물떼새와 흰수마자가 돌아오는 금강을 또다시 죽음의 강으로 만드는 게 세종보 재가동이라는 것을 환경부는 자각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도 눈감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지난 정부에서 수년간의 과학적 모니터링과 연구조사를 벌여 수문 개방의 기적 같은 효과를 수차례 공표한 게 바로 환경부였기 때문이다 천막 농성장에 왔던 이들 중 이만 가보겠다고 하는 이가 없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못내 돌아선다. 자연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5일, 이전에 흰목물떼새들이 알을 낳았던 자리에서 새로운 물떼새 부부가 정성스레 꾸민 둥지를 발견했다. 두 개의 알을 낳았다.

지금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고, 강을 죽이는 토건족을 막아내려는 마음도 결국은 사랑의 마음이다. 물떼새와 흰수마자가 살 만해진 금강을 다시 죽음의 강으로 돌려놓지 않겠다는 마음이다.우리는 알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고 생각했는데, 알을 품고 있는 물떼새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흰목물떼새가 천막을 품는 듯하다. 자신들을 지켜달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물떼새가 인간을 지키고 있는 건 아닐까? 세종보에 물을 채워 새들이 날아들지 않는 강에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금강이 힘차게 흐르며 손짓하듯 바람이 분다.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 치달리며 이익과 자본, 성장, 개발을 추구하는 자들의 카르텔에 맞서는 우리들의 힘은 바람에 흔들리는 천막같이 보잘 것이 없지만, 농성장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마음의 연대가 더 강고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물떼새 알 하나, 고라니 한 마리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함께 그 생명의 편에 서도록 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할 일이다.17일 차, 전국에 우리와 같은 투쟁을 하고 있던 동지들의 천막이 생각난다.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등 가열찬 투쟁의 천막에 조금 더 연대하지 못한 미안함이 커진다. 여기 세종보 농성장을 바라보는 여러 마음들에게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 미안함도 커진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이들은 우리를 책망하지 않고, 금강을 찾아와 위로하고 응원한다. 선을 넘어 천막에 들어와 준 이들과 오늘도 바람 부는 천막 안에서 금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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