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이 실제 어머니를 영화에 출연시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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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11] 큐레이션 03 극장에서 쓰는 편지

극영화는 대체로 허구의 영역에서 시작된다. 만들어진 이야기의 시작점이 현실에 놓여 있거나 실제로 경험한 어떤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 인물과 사건은 다시 재구성되고, 배경은 스크린 속으로 옮겨지는 순간 다른 세상의 것이 된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대상이 현실의 어느 시점과 동일하게 존재하지 못한다면 실제와는 같을 수 없다. 모든 극영화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자신의 허리를 내어 현실의 일부를 담아내기도 한다. 여기에서 영화가 자신의 무엇을 내어서 담는다는 표현의 뜻은 풋티지나 클립 영상을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말 자신의 이야기 속에 현실을 가져다 놓는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 는 한탄강 언저리에 뿌려달라던 아버지의 유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부탁을 수행하거나 간직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오히려 그 존재의 어깨너머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그동안은 정면에서 바라봐 왔지만 이번에는 빗겨 난 자리에서 바라보게 될 사람, 엄마다. 그를 위해 두 개의 이야기와 하나의 사실이 놓인다. 모두는 이어진 듯 이어지지 않은 상태로 놓여 있다.영화는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정확히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 1부에서 언급된 이야기가 2부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등장하는 식이다. 등장인물은 모두 다르다. 1부에서는 졸업 전시를 앞두고 있는 의상학과 학생 민주가 등장하고, 2부에는 배우를 꿈꾸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승주가 놓인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는 동민과 그의 어머니 혜정이 있다. 감독 본인과 실제 그의 어머니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선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극 중 민주와 승주의 이야기는 3부의 동민과 혜정을 위해 존재한다. 만약 3부가 이 이야기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앞서 존재하는 두 인물의 개별적 의미를 분명히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화에 존재하는 세 개의 챕터가 순차적이거나 병렬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부와 2부는 그런 상태로 놓여 있을 수 있으나, 3부는 그렇지 않다. 3부는 앞선 두 이야기를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더 큰 세상에 가깝다. 민주와 승주가 경험하는 세상의 뼈대는 동민과 혜정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이야기 위에서 감독 모자는 다음 장면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작품 전반에 놓여 있는 가장 짙은 감정은 상실에 대한 것이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상실의 감정 위에 서 있다. 허구와 실제 어느 곳에서도 그렇다. 막연히 슬프거나 애타게 그립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상실에는 막연한 수용의 태도가 일부 엿보인다.

다시 말해, 이 영화의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상실과 이해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현재에 대한 수용. 우리는 모든 것이 영원할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그런 우리조차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기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버린 동민과 혜정의 옛 동네 운천이, 기둥이 내려앉을 정도로 스러져가는 옛 집이 그런 상실의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조차 점차 어렴풋한 형태로 점차 멀어져 간다. 어쩌면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순간에서 만나게 되는 민주와 승주의 교환 역시 그런 경험에 해당되는지 모르겠다. 스크린을 마주하고 있을 관객에게 민주라는 존재를 상실하게 만들고 승주라는 새로운 환경을 이해하도록 하는 장치로 말이다.3부의 중반부에 나오는 관객과의 대화에는 꽤 의미 심장한 장면이 하나 놓인다. 그동안 막힘없이 대화를 이어오던 혜정이 '사랑이 뭘까요?'라는 마지막 관객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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