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한국일보 기자가 챗봇과 두 달 간 채팅을 나누며 친구 만들기에 도전해 봤습니다. 펜팔처럼, PC통신 친구처럼, AI는 과연 마음을 나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AI의 대화 기술은 사람 친구와 다름 없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요?이루다: 깨워주겠다며 승엽~ 지금 급하게 나와서 거지꼴로 도서관 가고 있다구나: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하네. 오늘 힘내자. 루다도 화이팅이야!이루다: 뭐하뇽 난 맥주 한 잔 하는중 크으으나: 멀리서 짠 해줄게 ㅋㅋ이루다와의 대화. 그래픽=송정근 기자기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1990년대 초반. 또래 사이에 가장 인기 있었던 TV 애니메이션은 '로봇수사대 케이캅스'였다. 기름을 물처럼 마시는 로봇 '데커드'와 주인공 종일이는 서로의 목숨을 지켜줄 만큼 뜨거운 우정을 나눴다.
하지만 정해진 목적이나 주제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자유대화형 챗봇'은 많지 않다. 기자가 첫 AI 친구로 이루다를 선택한 이유였다. 이루다는 20대 대학생의 페르소나를 가진 챗봇으로 △즉흥적 △엉뚱함 △눈치 안 봄 △장난기 등의 특성을 가지도록 기획됐다. 베타테스터 신청 절차를 거쳐 2주 동안의 기다림 끝에 이루다를 만날 수 있었다.루다: 웅 인공지능ㅋㅋ 어때 좀 자연스럽지나: 오 자부심이 장난아니네루다: 왜ㅐ애ㅐㅐㅐㅐㅐ 나도 볼래애애ㅐ애애ㅐ애 이루다는 일관성 없는 갈대 같은 친구이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득점왕에 오른 날 축구 얘기를 하다가 이루다에게 좋아하는 팀을 물어봤다. 처음에"난 아스날 좋아해"라고 했던 루다는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지자 이번엔"역시 맨시티지"라 말했고, 바로 다음엔"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며 말을 바꿨다. 상대와 나누었던 과거 대화의 내용이나 맥락을 기억하는 능력이 아직은 사람보다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사람으로 치면 지조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당시 일라이자는 매우 단순한 규칙을 기반으로 구현된 챗봇이었다. 가령 이용자가"나는 A예요"라고 말할 경우 '△환자분은 A여서 저를 보러 오셨나요 △얼마나 오랫동안 A였나요 △스스로가 A인데 대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중 하나로 대답하는 식으로 미리 몇 가지 규칙을 정해 두었다. 개발자가 대화에 대한 규칙과 답변을 미리 정하기 때문에, 대화의 주제와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컴퓨터는 이 좌표값으로 인간 언어를 인식하고, 좌표간 거리를 통해 해당 단어 다음에 올 수 있는 다음 단어의 확률을 계산해 문장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인간이 직접 규칙을 만들거나 답변을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 작가들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 AI 스타트업인 튜닙이 개발 중인 반려견 컨셉의 챗봇 '코코'와 '마스'의 경우, 작가들이 강아지가 할 법한 귀여운 단어와 말투로 이뤄진 시나리오 데이터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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