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탐험가 인증을 받았다. 1990년대 소비에트 연방 붕괴로 빼꼼 열린 문을 힘차게 젖혔다. 저자가 20대였던 1996년, 125㏄ 모터사이클로 시베리아 횡단 마수걸이를 했다. 그는 “시야가 서울~부산 400㎞에서 1만4000㎞로 확장되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네 번째 횡단은 50대가 된 2019년이었다. AH6를 이용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찍고 다시 돌아왔다. 2만5000㎞였다. 책은 이 네 번째 횡단을 메인 메뉴로 내놓는다. 첫 번째~세 번째 횡단이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로 나온다. 그 준비와 여정은 깨알처럼 촘촘히, 막 딴 딸기처럼 생생히 올려져 있다.
탐험의 불을 지른 건 큰아버지의 “내가 소싯적 만주 벌판에 다녀왔다”는 ‘라떼’ 레퍼토리. 저자는 러시아 세관에 묶여 모터사이클을 한 달 만에야 찾았고 달릴만하지 못한 곳에서는 ‘오토바이를 어깨와 등에 업은 듯 둘러메고’ 갔단다. 현지인과 바이커들의 환대에 진하게 감동했지만,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또 ‘헬렐레’ 하면 오해와 사고가 따라오니, 경계 1순위는 술과 밤 문화다. 시속 120㎞로 내달리다가 아차! 몸이 날아가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넘어질까?’ ‘오늘 뭐 입었지?’라는 장편 다큐멘터리가 펼쳐졌단다. 책은 탐험으로의 질주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한반도의 미래가 도로를 통한 물류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11개 시차, 180여 개 민족과 맞닥트리는 AH6의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 이 길 위에 여행자를 위한 ‘유라시아 콤플렉스’를 구상하고 문화콘텐트도 모색하고 있다. 부산 영도다리 근처 표지판에 ‘여기가 AH6 기점이요’라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단다.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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