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사건 변론 1호 남정현 소설 '분지'

그가 변호사를 개업한 1965년은 박정희 정권이 야당과 다수 국민의 대일굴욕회담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단독으로 협정 비준안과 베트남 파병안을 국회에서 변칙으로 통과시키고, 학생 시위가 계속되자 무장군인이 고려대와 연세대에 난입한데 이어 서울 일원에 위수령을 발동했다.

이 날 남정현은 구속되었다. 문인들이 한일협정에 반대하고 나선 날에, 그것도 4개월 전에 발표된 작품 〈분지〉를 뒤늦게서야 문제삼아 구속한 것이다. 남정현이 단편소설 〈분지〉를 발표한 것은 그해 3월호였다. 어머니를 여읜 만수와 분이는 독립투사인 아버지를 기다렸으나 돌아오지 않자 가난한 외가에 의탁,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6.25를 만나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진 채 군에 입대한 뒤 몇 년 만에 고된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만수 앞에는 걸식과 방황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굶주림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만수는 어느날 우연히 동생 분이를 만나게 된다.

스피드 상사는 밤마다 분이를 미국에 있는 본처에 비하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으로 못 견디게 학대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침 스피드 상사의 부인 비취가 미국에서 남편을 찾아 왔다. 만수는 한국의 산하를 안내하겠다고 비취 부인을 향미산으로 유인하여 겁탈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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