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반도체 품귀현상과 맞물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 건설과 반도체 제조장치 설비 발주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9% 증가한 112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동차·스마트폰용 반도체가 최소 올 하반기는 돼야 수급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가운데, 전례 없는 반도체 설비 투자 붐이 올 것이라며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삼성전자·TSMC 등 128조원의 투자 붐을 주도할 주요 업체의 현황과 전망 등을 분석했다.'다이아몬드'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가 사상 최대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 목적이 단순히 반도체 품귀 문제 해소에만 있는 건 아니다.
TSMC는 280억달러의 전체 투자액 중 약 80%를 3㎚, 5㎚, 7㎚의 최첨단 공정에 할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가 2019년 이후 설비 투자액 대부분을 첨단 공정에 쏟아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장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등 40~28㎚의 공정 라인을 증강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즉, TSMC는 애플 제품 양산으로 쌓은 세계 최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더 고도화하고, 애플 이외 우량 고객에게로 판로 확대를 위해 역대급 설비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TSMC는 애플과 밀월관계를 통해 제조 기술을 닦아왔다. 애플에서 위탁생산한 아이폰 반도체의 미세화를 상세히 분석한 덕분에 생산 기술에 있어 선두를 달려온 것이다. 현재 5㎚ 제품도 아이폰 12 양산을 통해 수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리고 올해 안에 차세대 3㎚ 제품 시제품을 제작하고 2022년에는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제품 역시 내년 출시될 신형 아이폰에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지난해 5㎚ 제품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EUV 노광 장치 도입을 확대해 TSMC에 대응한 최첨단 생산설비를 갖추려 해왔다. 때문에 조만간 EUV 노광 장치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TSMC와의 쟁탈전은 더 격화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인텔은 지난해 10월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한국 SK하이닉스에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 매각 완료 때까지 중국 다롄 공장에서 생산은 계속하지만 이미 메모리 사업 투자는 축소돼 올해 설비 투자의 증가 요인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올해 인텔의 반도체 설비 투자는 예년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한편 ASML의 그늘에서 일본의 니콘과 캐논은 고전 중이다. 과거 반도체 노광 장치 시장은 ASML, 니콘, 캐논 등 3개사가 점유율을 다퉈왔지만, ASML이 독주하는 '1강 2약' 구도로 굳어진지 오래다. 현재 ASML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니콘과 캐논의 점유율은 각각 10%가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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