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대통령 불참... 이런 사건을 알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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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름이 사는 법] 황요범 4·3 유족회 고문

"한라영산이 푸르게/ 푸르게 지켜보는 조천읍 북촌마을/ 4·3사태 때 군인 한두 명 다쳤다고/ 마을 사람 모두 불러 모아 무차별 난사했던/ 총부리 서슬이 아직도 남아 있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너븐숭이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초등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43년간 교단을 지킨 황요범 고문은 북촌리가 고향으로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다. 1년 5개월짜리 젖먹이로 엄마 등에 업혀 북촌리 학살사건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래 이 전대미문의 사건을 조사,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민보단 청년들이 이웃 동복마을과의 경계인 낸시빌레에서 집단으로 학살당한 것이에요. 총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이 찾아가 보니 오목한 밭 안에 갈산절산 즐비하게 청년들이 쓰러져 있었다는 겁니다. 이날 끌려간 24명의 민보단 청년 가운데 이상영 씨만 허벅지에 총상을 입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올 수 있었습니다.

권총을 찬 대장이 연단에 올라서서 '새벽에 아군 둘이 폭도 마을 북촌에서 전사했다, 이 울분을 참을 수 없다, 폭도 마을로 가 쥐새끼 한 마리 남기지 말고 싹 쓸어버려라'는 서슬푸른 호령을 했어요. 그리고 무릎 꿇고 있던 9명의 노인을 함덕국민학교 부근 갈매뭍으로 끌고 가 매질을 한 뒤 사살하고 말았습니다. 저의 할아버지도 이때 죽임을 당하셨고, 큰외삼촌은 사살 직전에 아들이 순경이라고 밝혀 살아나셨고요. 이날 새벽부터 일어난 일이 바로 이군찬 외삼촌의 증언으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당시 북촌마을의 인구가 1200여 명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1000명 이상이 학교 운동장에 끌려 나와 생사의 갈림길에 섰고, 절반 정도는 죽음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추산해볼 수 있다. 무더기로 학교 밖으로 끌려 나간 사람들은 학교 동쪽의 당팟, 서쪽의 너븐숭이, 탯질 등지에서 집단학살을 당했다. 제주4·3 기간에 가장 큰 인명피해를 당한 곳이 바로 북촌과 가시리, 노형리였고, 하루에 몰살당한 규모로는 북촌이 가장 피해가 컸다.

이튿날 대부분의 시신은 찾았지만 묻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날이 밝자 시신을 밭 한 모퉁이에 모아 놓고는 나뭇가지나 검불로 덮어서 시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돌멩이로 내 가족임을 표시하였다는 겁니다. 주로 여자들과 노약자들이 남아 있었고, 집이 모조리 불타버리는 바람에 흔한 괭이나 골갱이도 없이 그냥 맨손으로 수습을 할 수밖에 없었고요. 시신 수습과 매장이 한두 달을 훨씬 넘겨 5∼6월까지 걸릴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 너븐숭이4·3 기념관 가시리 노형리와 함께 제주 4·3의 최대 피해지역인 북촌리에는 마을 단위로는 최초로 기념관이 건립돼 연간 5만여 명이 찾아오고 있다. ⓒ 황의봉대학살이 벌어진 이날 하루 희생된 북촌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사건 발생 후 45년이나 지난 1993년에야 비로소 북촌리 원로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79명에 달한다.

우리 식구는 함덕리 삼촌댁에서 한겨울을 넘기고, 이른 봄에 잿더미로 변한 북촌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온 마을이 마치 잿빛 눈으로 뒤덮인 것처럼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집에는 검게 그을린 돌담이 흉측하게 서 있고, 쌀독의 쌀은 새까만 숯덩어리가 되어 있었으며, 외양간에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밭갈쇠가 길바닥에 죽어 있는 참담한 광경이었지요." "함덕 피난 시절엔 동냥이라도 했지만, 북촌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바다 덕분이었어요. 북촌은 그 어느 곳보다도 해산물이 풍부한 곳입니다. 밭이 있다고 해도 농사지을 남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니 황폐할 수밖에 없었고 주로 바다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제 어머니도 해녀로 바다에서 물질로 생계를 꾸려나가셨습니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여기서 죽은 조상들을 위해 술 한 잔 올리자'라는 말들이 이어졌고, 신승빈 이장이 '일주일 후면 5년 전 온 마을이 불타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날이니 불쌍한 영혼들에게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모두 절합시다'라고 한 겁니다. 이에 군중들이 모두 절을 올리고는 몸을 일으키지 못한 채 설움에 복받쳐 '아이고, 아이고' 하며 대성통곡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1972년부터 76년까지 모교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북촌에서 희생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자료를 갖고 말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한번은 4·3에 관심을 가진 일본의 역사 교사들이 북촌국민학교에 찾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줄 사람을 찾지 못해 실망하고 돌아간다고 하길래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한국에서는 아직은 4·3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으니 이해해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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