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 실린 이 책의 광고 문구가 인상적이었다."반드시 두 권을 사라. 하나는 소장할 책, 하나는 선물할 책으로."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문장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기도,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클레어 키건이라는 엄청난 작가를 알게 되고 그의 명문장들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 매우 기쁘다. 소설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을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짧고 담백하지만 섬세하면서 밀도 높은 문장들이 마치 '시'처럼 읽힌다. 옮긴이는, 반드시 이 책은 천천히 두 번 읽어야 한다고, 두 번 읽어야 비로소 작가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석탄 파는 일을 하는 펄롱은 자신의 삶에서 '아내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뭐가 중요한 일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는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었다면 삶이 달라졌을지, 그렇지 않았을지 확신할 수 없는 채로 삶은 그저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펄롱은 그 '새로울 것 없음'에 허무의 감정을 느낀 듯 보인다.나이 들어가는 우리 역시 반복적인 일상,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변화 없는 삶에서 권태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때로는 권태를 넘어서는 공포의 감정이 엄습하기도 한다. 무의미한 일상을 하루하루 견뎌내다가 어느 순간 시들어 불쑥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얼마나 크게 후회하게 될지,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
얼마 전 SNS 피드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가상 실험을 하는 몇 가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만삭의 임산부가 참외 한 봉지를 들고 가다 무거운 몸을 가누지 못해 바닥에 참외를 몽땅 쏟아내는 상황, 누가 봐도 취업 면접을 하러 가는 청년이 큰 건물 앞에서 넥타이 매는 방법을 몰라 끙끙대고 있는 상황,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지체장애인 청년이 풀린 운동화 끈을 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행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이었다. 영상을 보면서 깨달았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한데 합쳐지고 겹쳐져 비로소 '하나의 삶'을 이루는 것이라는 사실을. 미시즈 윌슨이 펄롱에게 보여줬던 격려와 친절과 사랑이 펄롱의 삶을 포근하게 직조했듯이 말이다. 사소한 어떤 것일지라도 간절히 바라는 누군가에는 가장 위대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각설하고, 펄롱은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고생길이 예상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발의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가기로 결심한다. 단호한 펄롱의 행동에서, 비록 두려움에 압도당했을지라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확고한 믿음이 읽혀 독자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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