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으로 일하다 번아웃... 스물다섯 그가 선택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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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프레시 매니저 피아씨 인터뷰

전국 프레시 매니저는 만천 명. 길거리와 사무실 책상 위에서 이들의 제품을 만난다. 일부 언론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직업으로 이들을 소개했다. 서울의 한 번화가, 업무 중인 피아씨와 생생하고 진솔한 일상을 나눴다."예전엔 줄곧 사무직으로 일했어요. 좁은 사무실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 지쳐 번아웃이 크게 왔고요. 작년 멘탈이 탈탈 털린 채로 일터를 나오면서 다른 일을 찾고 싶어졌어요. 그러다 우연히 알바몬에서 한국 야쿠르트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각자 정해진 구역이 있어요. 저는 집 근처로 지원해서, 인근에 구역이 배정됐고요. 한국야쿠르트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그걸 다시 판매하는 합니다. 만약 유통기한 내에 판매를 못하면 제 손실이 됩니다. 판매방식은 크게 두 가지예요. 사무실 등으로 정기고객에게 물품을 배달하는 '고정'과 현장에서 판매하는 '유동'이죠.

또 저희 제품이 대형마트에도 유통돼요. 저는 이런 제품을 대형마트에 유통하는 건 유통 창구가 분산되는 거고, 이건 프레시 매니저의 수입에 직결되는 문제라 합의가 필요한 것 같거든요. 요즘 많은 사람이 프레시 매니저에게 구입하기보다 마트에서 비대면으로 사는 걸 선호하거든요. 유통 창구도 판매에는 중요한 부분이라, 정말 '동등한 관계'면 어느 정도 상의가 필요한 것 같아요.""예전엔 '기혼 여성'이 채용조건이었대요. '돌봄'을 여성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가족 돌봄과 경제 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죠. 프레시 매니저는 그런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다보니, 회사에 수수료나 다른 근로조건에 대해 불만을 표하거나 항의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 것 같아요.

손님들 대부분이 저를 '아줌마'로 불러요. 저는 제가 어려서가 아니라, 그 호칭이 저를 존중하는 의미가 아닌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사장님'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리고 매니저님들이랑 같이 쉬고 있으면 어디선가 남자 손님한테 성희롱이나 폭력적인 상황을 겪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요. '누가 야쿠르트 아줌마를 희롱해?' 싶지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더라고요.""맞아요. 일단 손님이나 같이 일하는 분들 대부분 제게 반말을 해요. 대뜸 결혼했냐고 묻고, 성희롱에 가까운 질문을 받는 일도 있고요. 손님에게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무례한 말도 웃으며 넘겨야 할 경우가 많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제가 젊다는 걸 신기하고 재밌어 하면서, 동시에 '씩씩하고 발랄한 야쿠르트 아가씨'의 모습을 기대하거든요. 그럴 땐 저도 계속 그런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나 싶어 은근 부담되고요.

사무직으로 일할 때는 존재를 잘 몰랐던 청소노동자, 우산 파는 할아버지, 길거리 반찬가게 상인같이 보이지 않는 노동을 수행하는 분들을 자주 보고 가까워지게 돼요. 혹은 사회적으로 약간 멀게 느꼈던 분들과도 서로 인사를 주고 받고 서로 '오늘 하루 수고했다'라고 응원하는 관계가 되기도 해요. 자주 만나니 그분들과 관련된 사회 이슈가 있으면 더 눈여겨보고요. 저들의 노동과 고충, 사회 문제 등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체의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예전에 단체에서 상근활동도 했었는데, 그땐 사회운동을 하는 부류와 그걸 혐오하는 부류, 두 편으로 나눠서 생각을 자주 하다 보니 네 편과 내 편이 나눠진 느낌이었어요. 아까 저한테 인사하고 지나가신 분은 제 고향이 어딘지 묻곤 ○○○지역이면 말을 걸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항상 제게 사탕과 간식을 챙겨주세요. 여기서 포교 활동하는 분들은 활동가 시절에 동성애 혐오세력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고요. 사회운동할 때는 네 편, 내 편이 좀 더 확실했다면 지금은 좀 더 사람을 복합적으로 볼 수 있게 됐고, 덕분에 가끔은 인류애가 회복되는 느낌을 받아요. 수수료율 때문에 수입이 적어 생계를 위해 투잡, 쓰리잡을 해야 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이 들지만, 나름의 장점은 분명한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도하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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