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3시쯤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 앞. 회색 운동복을 입은 15명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걱정을 했다. “그것 때문에 잠도 못 잤다”는 말도 나왔다. 이들은 전날 새벽 2명의 생명을 앗아간 ‘영등포 고시원 화재’의 이재민들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화재 때 미처 챙기지 못한 물건들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휴대폰, 현금과 카드, 신분증, 약 등 소중한 물건들이 불에 타지 않았을까 염려한 것이다. 속옷만 입은 채로 맨발로 불길을 피했던 이들은 모두 긴급 구호 물품으로 받은 같은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언제 들어갈 수 있냐”며 영등포구청 직원을 재촉하기도 하던 이재민들은 막상 고시원 입구에 서자 멈칫했다. 지상 3층 건물의 1층 입구까지는 빛이 들었지만, 2층에 위치한 고시원 입구부터는 시야를 확보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기 때문이다. 화재로 전기가 차단된 고시원 복도와 방은 암실과 다름없었다.
불이 시작된 곳으로 조사된 26호실 바로 옆방에 살았던 60대 윤모씨는 화재 당시 기억이 떠올랐는지 “죽다 살아난 여길 내가 왜 다시 왔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윤씨는 “문을 열자마자 시커먼 연기가 나를 덮쳤다. 1cm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좁은 복도에서 뭔가 발에 걸렸는데 그게 사망자였던 것 같다”며 아비규환이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이재민들이 ‘귀가’한 뒤 10여 분쯤 지났을 때, 일부 방에서는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물상에서 일하는 50대 김모씨는 작은 원룸을 구할 돈이었던 현금 400여만 원을 방에서 찾은 뒤 연신 ‘아이고, 아이고’라고 읊조렸다. 노부모 생계비, 고시원 월세, 식비를 빼고 남은 급여를 10년 넘게 모은 돈이었다. 밝힐 수 없는 개인 사정으로 계좌를 만들 수 없었다는 김씨는 현금으로 받은 급여를 여러 옷의 주머니에 모아두고 있었다고 했다. 일터에서 화재 소식을 접한 뒤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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