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당 등장에도 큰 도움 지난 1월31일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세션에서 의원들이 볼프강 쇼이블레 하원의장의 개회사를 경청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지역구 투표에서는 거대 양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이나 사회민주당이 당선될 게 뻔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녹색당 후보를 지지한다. 내가 이렇게 투표할 수 있는 것은 ‘정당 투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대학 강사 토마스 클레어는 자신의 역대 독일 연방 하원의원 선거 투표 행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소신 투표는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 사표 심리에서 자유롭고, 정치 상황따라 맞춤형 투표도
독일 국회의원 선거는 ‘1인2표’제로, 제1투표는 단순 다수대표제 방식으로 지역구에서 최다득표자 1명이 선출된다. 제2투표는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던져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투표 방식과 같다. 하지만 의석을 배분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는 지역구 투표는 지역구 의원 선출에만, 정당투표는 비례대표 의원 선출에만 별개로 효력을 발휘하는 ‘병립형’이다. 반면 독일은 먼저 정당 투표에 따른 정당득표율로 각 정당의 전체 의석을 결정한 뒤, 각 정당이 획득한 지역구 의석수에서 모자라는 의석만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연동형’ 방식이다. 한국의 지역구 선거에서는 지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으면 ‘최악의 후보’ 당선을 막으려고 ‘차선이나 차악의 후보’에게 표를 주는 ‘사표 방지 심리’가 발동한다.
독일에서 만난 현역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의 조언은 현재 국내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줬다. 독일은 1950년대부터 현재와 같은 연동형 비례제의 틀을 60여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해왔고, 승자독식의 단순 다수대표제를 운용했던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등도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로 선거제도를 바꿔 운용하고 있다. 기민련의 3선 중진인 파트리크 젠스부르크 의원은 “지역구 100%나 비례대표 100% 선거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독일과 같은 혼합식 연동형이 좋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유권자의 이익이 인물 투표나 정당 투표 가운데 어느 하나로 대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보수 거대정당 의원이지만, 소속 정당의 이익만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모든 유권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1차 세계대전 패배로 바이마르 공화국이 성립되면서 당시엔 집권 사민당이 내세운 100% 비례대표제가 새로운 선거제로 채택됐다. 하지만 이는 수많은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극단적인 다당제를 초래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새 선거제 논의 때는 기민련이 “바이마르 공화국의 선거제가 극단적인 다당제를 불러 나치의 합법적 의회 입성을 초래했다”며 안정적 다수파에게 유리한 영국식 단순 다수대표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독일의 최종 선택은 연동형 비례제였다. 1953년 연방선거법을 고쳐 ‘1인 1표제’에서 ‘1인 2표제’로 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도 기존 6:4에서 1:1로 바꿨다. 1956년엔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기준이 되는 봉쇄조항을 ‘지역구 3석 또는 정당득표 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봉쇄조항이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을 어렵게 했지만, 1983년 총선에서 거대 양당과 자민당의 3당 체제가 깨지고 녹색당이 처음 원내에 진출했다.
연동형 비례제는 단순 다수대표제에 견줘 새로운 정치세력 등장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의회가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5년부터 비례대표로만 4선을 한 녹색당 중진 브리타 하셀만 의원은 “영국·미국 같은 단순 다수대표제였다면 나는 4선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녹색당 같은 소수정당이 원내에서 이 정도 의석을 갖고 있는 건 선거제도의 덕택이다. 녹색당뿐 아니라 자민당, 좌파당 등이 많은 의석수를 얻게 된 것도 연동형 비례제의 효과”라고 했다. 녹색당은 1983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만 27석을 얻으며 연방하원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환경·생태·평화·소수자·신좌파 등 기존 정치권의 문법과 다른 새로운 정치적 의제들을 내놓으며 기존 정치권이 포용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향해 저변을 넓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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