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단골 빵집이 멀리 이사를 떠났다. 그냥 빵집은 아니고 시나몬 롤을 주력 메뉴로 파는 가게였다. 제주도 서귀포 우리 동네에서 차로 30분쯤 서쪽으로 달리면 영어교육도시라는 이웃 동네가 나오는데, 거기서 일하는 외국인 영어 선생님들은 이 빵집의 시나몬 롤을 고향의 맛이라고 감탄하며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이곳을 자주 찾았다. 나로 말하자면 달고 폭신폭신한 음식을 썩 좋아하는 편이어서, 어디선가 그런 음식 먹기 대회라도 열린다면 한 번쯤 출전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한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이 빵집의 단골손님이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처음 친구로부터 이 가게를 소개받았을 때, 달콤하고 폭신폭신하고, 설상가상으로 버터 향과 계피 향마저 가득한 음식을 파는 곳이 집에서 너무 가깝다는 사실로부터 상당한 위험을 감지했던 것이다.
내 개가 세상에 둘도 없이 맛있는 것처럼 먹어치운 과자를, 다른 집 개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일이 속출한 것이었다. 3년 전 내 개가 열여섯 살이었을 때, 집에서 빵집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개를 쫓아가느라 나도 내내 달렸다. 2년 전쯤에는 뛰다가 걷다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급해져 다시 뛰다가, 결국 데구르르 동그랗게 굴러버린 개를 털어가면서 빵집에 도착했다. 요즘 개는 많이 쇠약해져서 다른 길은 잘 걷지 않으려고 하지만, 오직 빵집 가는 길만은 잊지 않고 열심히 걸어간다. 작별은 슬프고 아쉬운 일이지만 안 믿으실지 모르지만, 저희가 이사를 결정하는 데 제일 크게 고민되는 게 풋코였어요. 저희가 떠나면 풋코는 어디서 걸어야 할지…. 음, 걱정 마세요. 떠나신 다음에도 매일 여기까지 걸어와서 맛있는 간식을 줄게요. 시간과 마음을 나눈 존재와의 작별은 슬프고 아쉬운 일이지만, 나름의 장점도 있다고 여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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