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동물원에서 기린 본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어린 명근 씨에게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그는 “기차도 처음 타봤고 호텔도 처음 가봤다”며 “할머니와 한방에서 지냈는데 포크·나이프 쓰는 법을 일일이 알려주고 연신 음식을 먹여주셨다. 내 입가를 닦아주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고 했다.과거 보육원에서 자란 김명근씨는 지금 페루에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그는 "미국 할머니에게 받은 은혜를 돌려주고 싶어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 컴패션]보육원 측이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과 연계해 김씨에게 주던 후원금이었다. 보육원 선생님은 “저 멀리 미국이라는 곳에서 헬렌 할머니라는 분이 보내 주신 돈”이라고 알려줬다. 김씨는 “40~50년 전 5달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한 5만원 될 것 같다”고 했다. 정기적인 후원금 외에도 크리스마스나 김씨의 생일 때는 옷이나 장난감 같은 선물이 빠짐없이 도착했다. 한국에서 찾기 힘든 장난감도 많았다.
명근 씨는 노란 머리 할머니의 손을 잡고 서울 창경원에 있는 동물원도 가고 남산도 둘러봤다. 김씨는 “태어나서 처음 본 기린이 얼마나 큰지, 우리 반이 60명이 넘었는데 직접 본 사람은 나뿐이었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40여년 전 후원자 헬렌 할머니가 김명근 씨에게 준 슬라이드 환등기와 필름이다. 헬렌 할머니는 91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 김씨에게 '큰 꿈을 갖고 살기 바란다'는 편지와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찍은 사진이 담긴 3000여개의 슬라이드 필름을 선물로 보냈다. [사진 컴패션]만년필을 교복 윗주머니에 넣고 등교한 날, 65명이던 그의 반 친구들이 김씨 앞에 줄을 섰다고 했다. 김씨는 “만년필 있던 친구가 우리 반에 10명도 안 됐다. 정말 정말 갖고 싶었다”며 “가난하면서 사치 부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행복이 가난에 파묻히지 않도록 날 지켜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을 나오고 직장에 들어간 김씨는 자립에 성공했다.
김명근씨의 어린시절과 그가 후원하는 페루의 세르히오 모습이다. 50여년 전 컴패션의 후원을 받았던 김씨는 2009년부터 페루의 세르히오에게 10년 간 후원금을 보냈다. [사진 컴패션]10년 정도 매달 4만5000원의 후원금을 보낸 김씨는 아들을 대학 보낸 기분이었다고 한다. 세르히오의 마지막 편지에는 “한국에 계신 아버지. 더는 편지나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거나 특별한 날을 기념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는 늘 제 맘 속에 있을 거예요. 사랑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김씨는 다른 페루 아이에게 계속 후원을 하고 있다. 이번달 은퇴하는 그는 “내년에는 페루에 직접 가서 이 아이와 함께 마추픽추에 가려 한다”며 “헬렌 할머니처럼 나도 꼭 그 아이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기부나 봉사활동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그는 “중간에 후원을 멈추면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도 많은데 일단 한 번이라도 해보길 권한다”며 “망설이면 아무것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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