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표적 관광지를 꼽으라고 하면 으레 크렘린궁, 성 바실리 대성당, 겨울 궁전 등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러시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관광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를 꼽고 싶다. 차르에게 대항한 혁명가들이 죽어나간 감옥 위로, 차르 일족인 로마노프 황가의 유해가 묻힌 성당의 첨탑이 우뚝 솟아 감옥을 내려다보는 곳.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유산이 같은 장소에서 기억되고 있는 이곳은 현대 러시아에 대한 요약과도 같다.
그러나 그러한 와중에도 레닌, 트로츠키 등 러시아 혁명 사상가들의 책들은 많은 경우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고, 상당수 구소련 국가들이 반공주의를 표방하며 레닌 동상을 철거하는 와중에도 러시아에서는 곳곳에서 레닌 동상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레닌은 대러시아주의를 비판하고 차리즘 아래 고통받던 국가들을 포함해 모든 민족의 자결권을 옹호하는 한편, 제국주의 전쟁을 비판하고 전쟁 추구를 계급 투쟁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 인물이기도 했다. 왜 푸틴의 러시아가 반전 국제주의 혁명 사상을 폈던 혁명가들을 기억하도록 내버려 두는가? 그 관에는 엉뚱하게도 스탈린의 정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일본 사무라이 갑옷을 비롯해 전 세계의 진귀한 물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의아함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관의 요점은 스탈린 시절은 러시아의 영광스러운 시절이었고, 그래서 수많은 국가가 소련에 온갖 진귀한 선물을 줄 정도였다는 것이었다. 스탈린이 여성 해방, 민족 자결권과 같은 혁명 사상을 적극적으로 퇴보시켰다는 사실은커녕 대숙청에 대한 언급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스탈린은 소련인에게 영광스러운 시절을 선사한 지도자로서만 기억되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인'만을 배타적인 '영광'의 대상으로 호명하는 현재의 역사 서술에서 우크라이나인들 또한 그들과 함께 소련을 세우고 나치에 대항한 형제였다는 사실은 잊히고 있었다. 그리고 민족이 돌아가야 할 대상으로 '과거의 영광'이 호명될 때, 그 영광을 재현해 줄 것처럼 보이는 강력하고 마초적인 독재자에 대한 애착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푸틴이 레닌뿐만 아니라 스탈린 또한 적극적으로 기리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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