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면 전화하라던 주인집 할머니 요즈음 돌잔칫상에는 실타래와 현찰, 마이크와 청진기, 판사봉 같은 게 올라간다던가. 아이돌 같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 걸 뜻하는 색종이도 추가된 모양이다. 세상에 직업이 얼마나 많은데, 선망받는 직업들만 딱딱 골라잡길 희망하는 어른들의 속셈이란. 하지만 어른들이야말로, 30년, 40년 후의 장래희망을 새로 가져보는 게 좋지 않을까. 노후 계획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삶의 자리에 둘 가능성들을.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도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안 늙을까 고민한다. 늙더라도 천천히 늙고 싶고, 늙은 걸 들키지 않고 싶어 하며 또 하루를 산다. 그런데 지난해 서점 진열대에서 책 한 권을 만난 뒤로, 내게는 새로운 궁리할 거리가 생겼다. 어떤 사람으로 늙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한 것이다. 내게 이런 질문을 던져준 책은 무루 작가의 수필집 다.
1층에 내려와서 같이 먹자고 하려다, 다친 발로 계단 오르내리기가 불편하지 싶어 아침상을 보아 올라오셨다고. 식기 전에 어서 먹어라, 복 많이 받아라, 그릇은 그냥 문 앞에 내놓아라, 설거지하지 말고 그냥 놔둬라, 아프지 말고 어서 나아라, 복 많이 받아라. 두 분은 앞다투어 당부들을 쏟아내고는 계단을 내려가셨다. 그러다 할머니가 생각난 듯이 층계참에서 나를 돌아보며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모자라면 전화해, 알았지? 설이니까 할머니가 떡국은 많이 끓여놨어.” 쟁반에 덮인 모시 보를 걷었을 때 목 아래서 뭔가 울컥 올라오던 기분이 지금도 생생하다. 쟁반에는 떡국과 부침개, 불고기가 놓여 있었는데, 그릇마다 달걀지단 고명이 소담스레 올라가 있었다. 단 한 달이라도 혼자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밥상을 차리고, 반찬 하나 새로 만들기도 벅찬 날들을. 그럴 때 겨우 완성한 음식에 깨 하나를 톡톡 더 뿌리는 것은, 맛보다는 일종의 자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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