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느리게 걷는다. 개와 함께 산책해본 사람이라면 개들이 얼마나 오래 주위를 살피는지 알 것이다. 전봇대 하나, 벤치 하나도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개와의 산책은 가다 서다의 반복이다. 하지만 동네를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가 된 이후 짱순이의 느린 걸음은 장점이 됐다. 호기심은 남다른 자질이 됐다. 8월15일, 서울 강동구 암사역. 큰비가 내린 다음이라 땅이 고르지 않아 발에 밟히는 것이 많은 날이었다. 16년 지기 정영훈씨와 그의 반려견 짱순이는 야광 순찰 조끼를 입고 집을 나와 저녁 순찰에 나섰다. 정씨는 출근 전인 오전 7시와 퇴근 뒤인 오후 7시, 하루에 두 번 매일 짱순이와 순찰을 한다. 길을 나선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횡단보도 앞 보행신호등이 고장 난 것을 발견한 정영훈씨는 익숙하게 ‘서울스마트신고’ 앱에 민원을 냈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불편 사항들을 그는 곧잘 찾아냈다. 산책이 순찰이 되고, 반려견이 순찰대가 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순찰대에 선발된 이후에도 한 달에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고, 꾸준히 경찰관들과 합동 순찰을 하며,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에 동행하는 등 반려견 순찰대의 지역 내 접점을 넓혀가는 이유다. 반려견 순찰대는 2003년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구 세이조 경찰서에서 자원봉사로 시작한 ‘멍멍순찰대’를 모델로 한다. ‘멍멍순찰대 방범 활동 매뉴얼’은 ‘등하굣길이나 주택가 뒷골목, 인적 드문 곳 등 순찰 중점지구를 정해 살필 것’ ‘범죄를 발견하면 단독 활동을 하지 말고 신고할 것’ ‘순찰 후 활동 내용을 공유할 것’ 같은 기능적인 활동 지침을 소개한다. 그중에는 의외의 방범 활동법도 있다. ‘이웃에게 인사를 할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은 ‘누군가 말을 걸거나 얼굴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러니 순찰 중에 낯선 사람을 보면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간단한 인사를 건네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