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건강의 최후 보루가 교도소 [2021 행복한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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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만난 환자들은 ‘의대 시절 병원 실습을 돌면서는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병’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주로 가난과 폭력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이 얻는 병이었다. 📘 나경희 기자가 추천하는 책ㅣ〈진짜 아픈 사람 맞습니다〉

이제는 문구점에서도 보기 힘든 옛날 편지지에 검은 글씨가 빽빽했다. 10여 쪽이 넘는 두툼한 편지 뭉치가 여러 개였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편지 안에 담긴 동부구치소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두 시간 지나서 밤 11시10분쯤 전신 방호복 입은 직원 3명이 와서 확진자를 데려가길래 물어봤어. 남은 7명은 이제 어떻게 되냐고. 그 누구도 대답을 안 해줘. 적어도 내일 검사를 한다든지 이 정도는 얘기해줘야 하는 거 아냐?” “하루 종일 직원이랑 싸워. 기존 사람들은 방도 좁고 새로 온 사람이 확진일지도 모르니까 나이 많으신 사람들은 난리도 아냐.” 편지는 곳곳이 얼룩져 있었다. 편지를 받아본 재소자의 여자친구가 흘린 눈물이 번져 있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출구 없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죄를 지어 감옥에 있는 사람이니 그 안에 갇혀 있다 전염병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하지만 법정에서 주어진 형벌은 수감 생활이지 코로나에 걸리는 게 아닐 텐데.

이제 막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매일 진료실에 밀려드는 환자 80여 명을 본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교도소에서 만난 환자들은 ‘의대 시절 병원 실습을 돌면서는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병’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주로 가난과 폭력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이 얻는 병이었다. 급한 대로 치료를 하긴 하지만 병의 근원을 고칠 수 없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는 저자는 고민한다. “하지만 그렇게 출소하면? 정신질환 때문에 본인 몸을 스스로 돌볼 줄 모르는 이런 사람이 알아서 병원에 찾아갈까? 결국 이들에게 교정시설의 진료실은 유일한 병원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 대한민국은 누군가에게는 건강의 최후 보루가 교도소인 나라다.” 저자의 시선은 지금 당장 눈앞에 앉아 있는 재소자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장된다. “교도소 내에서 왜 수용자의 간염을 치료해주냐고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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