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야영의 끝판왕, 모든 게 허용되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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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찾아 삼만보, 알틴아라샨 가는 길

드디어 카라콜에 도착했다. 키르기스스탄에 발을 내린 지 7일째 되는 날이었다. 가장 큰 도시인 비쉬케크는 서쪽에 치우쳐있고 카라콜은 동쪽에 치우쳐있다. 찻길을 기준으로 400km 정도 떨어져 있고, 직행으로 가면 7시간쯤 걸린다. 우리는 6일 동안 코치코르를 거쳐 송쿨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다시 코치코르 – 발릭치 – 촐폰아타 – 카라콜의 여정을 밟았다.

카라콜 시내에서 이틀을 묵었다. 하룻밤에 한화로 6만5천 원 정도 하는 곳으로, 그동안 묵었던 숙소 중 가장 비싼 곳이었다. 여독을 잘 풀어주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주방에서부터 복도, 객실 내부까지 꼼꼼하고 세밀한 손길이 안 닿아 있는 곳이 없는 아기자기한 곳이었다.우리의 여정을 설명하고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짐을 호텔에 맡겼다. 그는 우리에게 엄지를 척 내밀며 행운을 빌어주었다. 이소 가스를 판매하는 곳도 그에게 물어 알 수 있었다. 현지인들은 잘 사용하지 않고 등산객들만 쓰는 용품이니만큼, 마트가 아닌 등산용품을 파는 곳이나 여행객이 많이 오는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갈 길이 막막했다. 알틴아라샨까지는 15km인데 짐을 메고 오르막을 올라야 하니 중간에 숙영지를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안내자도 없는 초행길에서 정해둔 기착지도 없이 오프라인 앱에만 의지하여 천천히 걸었다. 입구에서부터 전파가 끊기니 날씨 예보는 이제부터 하늘을 바라보며 눈과 피부로 가늠해야 했다.다행히 올라가는 내내 날씨가 맑았다. 알라쿨에서 큰 비가 예보된 것은 다음날인 8월 2일이었다. 해발 3800미터인 그곳에서 비를 견디는 것은, 힘든 것은 둘째치고 위험한 상황이기에 일부러 시내에서 하루를 더 묵었던 것이다. 만약 날씨를 확인하지 않고 하루 일찍 출발했다면 알틴아라샨에서의 이틀은 매우 쾌적했겠지만, 막상 가장 힘든 산행을 해야 했던 세 번째 날은 악천후 때문에 올라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플라스틱 대롱 내부에 필터가 내장되어 있어서 자연 그대로의 물을 정수하여 먹는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필터가 석회수를 걸러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체질적으로 적응되어 있는 유럽 등지의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팔도 어디에나 투명한 물이 흐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설사를 해댈지 모르는 일이다.평소 '변비보단 설사가 낫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도 힘차게 흐르는 석회수 계곡은 절대 식수로 보이지 않았다. 시멘트를 녹인 물처럼 보이는 회색빛 유체는 멀리서 감상하는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앱에 샘터로 표시되어있는 곳까지는 13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정해진 야영지가 없었기 때문에 물을 아껴야 했다.

도착한 샘터의 뒤쪽 작은 숲이 아늑해 보였다. 산재한 소똥과 말똥을 조금 치우자 평평하고 푹신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잘 마른 똥은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모아두었다. 송쿨에서 사용한 후 4일 만에 다시 텐트를 꺼내어 집을 지었다. 한국에서 사 온 라면의 봉지를 9일 만에 드디어 뜯고 코펠에 물을 부었다. 면발을 입에 넣자마자 동행인은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말했다.산림법이나 자연공원법이 엄격한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반쪽짜리 야영을 하는 느낌이었다. 취사는 물론 아무 곳에서나 불을 피울 수 없으며, 허락된 곳도 화로대를 이용하거나 장작 대신 숯만 사용해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야생에서의 적응이라기보단 일종의 '숙박 놀이'에 가깝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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