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손해도, 이익도 취하려 하지 않고, 준 만큼 받으려 하고, 받은 만큼 주려는 자세로 살아왔다. 어찌 보면 대단히 합리적이고 문제 없는, 올곧기까지 한 생활태도일 수 있으나, 여유, 기다림... 이란 없었다.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나를 깎는 손해도, 남을 위한 희생도 없는, 경계를 철저히 지켰다. 그래서 늘 당당하고 꿀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
교실에서도 아이들이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격려했으나 나에게 대든다거나 불손한 행동이라 여기면 여지없이 훈화하고 기어코 이겨 잘못했음을 시인하게 하였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역설법의 예문으로 수없이 되뇌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못했다. 한 번쯤 너그럽게 봐줄 만도 한데 절대 지려하지 않았다. 어느 날, 상대방의 마음을 늘 헤아려 배려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친구가 말했다. 이제는 좀 지친다고, 상대의 감정 살피기에 주력했더니 상처 입은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고,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겠다며 용기를 드러냈다.나 같은 사람으로 인해 참고 배려하느라 힘들었을 친구 같은 이들을 위해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서는 게 맞지 않을까! 큰소리 치며 밑지고는 살지 않았으니 이제는 배려와 살핌을 얹어 기다릴 줄 아는 시간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남을 죽이면 자기를 죽이는 자를 만나고 남에게 이기면 자기를 이기는 자를 만난다. 남을 비방하는 자는 자기를 비방하는 자를 만나고 남을 괴롭히는 자는 자기를 괴롭히는 자를 만난다. 이렇게 업은 수레바퀴 같이 돌고 도는 것이다. - 잡아함경 중에서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자신이 온전하게 서 있을 수 있으려면 오직 스스로 자비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 악의적이지 않은 실수라면 때로 품어주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사회가 온전한 세상이 아닐까? 그래야 개인도 사회도 발전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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