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마음 [플랫]

  • 📰 kyunghyang
  • ⏱ Reading Time:
  • 57 sec. here
  • 2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26%
  • Publisher: 51%

대한민국 헤드 라인 뉴스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아이고, 많이 늙었다.” 나와 함께 사는 박모씨는 거의 모든 드라마의 첫 회, 첫 감상을 저...

“아이고, 많이 늙었다.” 나와 함께 사는 박모씨는 거의 모든 드라마의 첫 회, 첫 감상을 저렇게 시작한다. “당연하지, 저 배우 나이가 몇인데, 저 정도면 나이든 티도 안 나네”라는 나의 대꾸도 늘 똑같다. 지겨우리만큼 똑같이 반복되는 이 대화가 어느 날 갑자기 거슬리기 시작했다. 누가 생각해봐도 저 배우들은 온갖 의학기술과 미용기술을 이용해 본인의 노화를 철저하게 감추거나 혹은 늦추고 있는데, 오직 여성주인공만을 굳이 꼭 집어 많이 늙었다고 평하는 패턴이 왠지 좀 거북해서 요즘은 종종 못 들은 척하고 있다.

너무 반복되는 소리라 듣기 싫은 점도 있겠다만 어쩌면 이제 그의 ‘늙었다’는 평이 대배우 언니들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내 또래 연예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발언이라 더 언짢은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저 사람은 나와는 달리 군살도 없고, 늘어진 피부나 잡티도 없는데 타인에게 늙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니, 도대체 좀처럼 젊어 보임을 붙잡으려는 노력조차 안 하는 나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인다는 말일까. 어쩌면 이 발언에 대한 미묘한 나의 불편함은 내 자신의 노화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운동에는 관심도 없고, 싸고 빠르고 달달한 것들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의 나는 제법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능한 영양소를 고려해 식사를 챙겨먹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지금의 나는 외려 절대 숨길 수 없는 두둑한 뱃살을 가지고 있다. 신기하게 등과 옆구리에서도 나이 듦이 대번에 드러난다.

특정 외모가 더 나은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그런 사회여서는 안 된다고, 나이 들며 변해가는 몸 때문에 비난받거나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고 늘 말하는 내가 정작 나의 노화를 발견할 때마다 멈칫한다. 노년은 고사하고 중년의 삶조차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셈이다.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 40대의 나는 아주 마냥 젊지만은 않고, 누군가 타인의 노화를 굳이 지적한다면 그게 당연한 순리가 아니겠냐고 언제든 받아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솔직히 스스로는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모순이다. 생리학적이든 기능적이든 심지어 미학적이든 어떤 차원에서도 조금씩 전성기에서 멀어지고 있는 내 몸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솔직히 마냥 행복하지 않다. 그 마음이 늘 최고이고 싶은 자기애인지, 혹은 준비되지 않은 노년에 대한 불안감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다만 중년으로 가는 스스로의 몸에 대해 내가 느끼는 이중적이고 자기분열적인 부끄러운 혼란을 고백한다.

이렇게 오류투성이인 상태를 공개적인 곳에 털어놓는 이유는 ‘스스로 까놓고 떠들면 조금씩 벗어나진다’는 최현숙 작가님의 말을 믿어서다. 나의 노화가 멈출 리 없으니 차라리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지면, 받아들이는 마음도 좀 더 편해질까 기대해본다. 슬금슬금 중년에 접어든 나와 내 친구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귀하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귀하의 의견은 검토 후 게시됩니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 14.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마동석 팔뚝’이 자랑스러운, 진짜 싸우는 여자들 ‘격투기 선수’[플랫]“싸우고 싶었다”는 여자들이 있다. 주먹을 휘두르고 킥을 날리며 힘과 기술을 겨루는, 종합격투...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CCTV 없는 것 알고” 성범죄 저지른 가해자, 둘레길이 범행장소로[플랫]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에서 여성을 너클로 폭행하고 성폭행한 최모씨(30)는 공원 인...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여성의 안전 ‘앗아버린’ 관악구의원, 성범죄는 우연이 아니다[플랫]“다시 한번 말해봐라. 여성들의 공포감이 피해망상인지.” 불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삼은 ‘신림동 ...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서울국제여성영화제 24일 개막[플랫]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오는 24일 막을 올린다. ‘우리는 훨씬 끈질기다’란 슬로건을 내건...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2년, 지워지는 ‘여성의 존재’[플랫]“우리는 함께 행복했다. 공부를 했고, 가끔 모여 놀았다.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돌아온 1세대 슈퍼모델 4인방, “여성의 현재 삶을 보여주는 것”1990년대를 풍미한 슈퍼모델 1세대 스타들이 오랜만에 한데 모였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
출처: hanitweet - 🏆 12. / 5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