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씨가 23~24일 서울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에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는 세간의 불만을 의식한듯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공연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김씨 음주운전 혐의를 이유로 KBS 교향악단 단원들이 공연 참여를 보이콧 했기 때문이다. 슈퍼클래식에는 오스트리아 빈필, 독일 베를린필, 미국 뉴욕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세계 4대 오케스트라 현역 단원 42명과 KBS 교향악단 단원 10명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인 KBS 단원들이 빠지면서 공연이 성사될지 불투명해졌다. KBS 단원을 대신할 다른 연주자를 찾기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씨 측이 출연 포기를 선언하고 위약금을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하나는 23일 김씨와 같이 공연할 상대인 여성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 국적도 문제다. 그녀는 러시아 중부 타타르스탄공화국 출신의 러시아 국적자다. 해외에서 조수미씨와도 공연을 자주 했고, 그동안 몇 차례 방한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최근 러시아 예술인 공연에 대해 부정적인 국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가리풀리나 공연은 석연치 않다. 물론 가리풀리나 공연이 단독 콘서트가 아닌 서방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인 점은 있다. 가리풀리나는 2013년 타타르스탄 수도인 카잔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개막식에서 열창했다. 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에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월드컵 전야 갈라콘서트와 다음 날 월드컵 개막식에서 러시아를 대표해 노래를 불렀다. 한마디로 러시아인들이 자랑하는 국민 예술인이다.
지난 3월 ‘푸틴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예술의전당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 반대가 컸다. 당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침략국 공연자를 허용하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슈퍼 클래식 주관사는 이를 의식한듯 24일 김씨와 공연 예정인 라리사 마르티네즈는 미국 유명 소프라노라고 소개한 반면 가리풀리나에 대해서는 러시아 국적을 밝히지 않은 채 ‘세계 3대 소프라노’라고 홍보해왔다. 정치적 이슈 때문에 예술 공연이 방해 받는 것은 심각히 고려할 일이다. 예술을 정치와 연계시키는 것은 예술 자체의 진면목을 찾는데 방해가 된다.하지만 전쟁 통에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예술인 공연을 거부하는 가운데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도 없다. 이왕에 김씨 사태가 불거진 만큼 러시아 국적 예술인을 불러 함께 공연하는 문제를 검토해볼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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