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농민운동과 진보운동에 헌신한 일농 김준기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상임의장이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향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김 의장은 그동안 췌장암으로 투병해 왔다.
오직 농 길만을 걷겠다는 다짐을 담아 스스로 지은 ‘일농’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김 의장은 오직 농민으로 태어나 농민으로 살아가며 농민을 위한 한 길만을 걸어온 농민운동가다. 1938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그는 포항 청하중학교, 해아농업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입학해 농민운동가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엔 서울대4-H연구회장과 전국대학4H연구회연합회 초대 회장 등을 지냈고, 서울대 농대 동기인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과 함께 ‘농사단’이라는 농민운동 단체를 함께 만들어 활동했다.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배달의 농사 형제 울부짖던 날/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는 가사로 시작되는 농민가는 바로 농사단 단가에서 시작된 노래다. 농민가 가사 초안은 김성훈 전 장관이 썼고, 김 의장 등 회원들이 함께 수정했다. 그리고, 농민가가 농민들에게 보급되는 데 앞장 선 이는 바로 김 의장이었다. 지금도 농민가는 농민 투쟁 현장에 늘 함께하는 노래다.
서울농대를 나와 서울시농촌지도소에서 농촌지도사 등으로 활동하다 신구전문대 교수를 지냈고, 고려대 농대, 단국대 농대, 한경대, 경북대 계명대 등에 출강했고, 국립 한국농업전문학교 초빙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한국가톨릭농민회 창립을 주도하며 1대와 2대 부회장을 맡았고, 경기도연합 초대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김 의장은 농민운동뿐 아니라 빈민운동과 시민운동, 통일운동 등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1981년 성남YMCA를 창립했고, 1989년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대변인, 1993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해왔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의장,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평화협정운동본부 고문으로 일했다.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지난 1990년엔 북의 농사 현황 등을 소개하는 잡지를 출간한 혐의를 받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의장은 진보정당 운동에도 헌신했다. 지난 1988년 민중의당 창당을 주도하고, 부총재와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성남시민후보로 선출돼 성남 수정구에 통합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고문과 당기위원장 등으로 활동한 김 의장은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 진보진영 후보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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