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누가 집을 착각했나...' 일요일이었지만 3시간 뒤 출근을 앞두고 있던 아버지는 잠을 이어갔다. 곧이어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어? 뭐지?' 전화벨이 끊어질 무렵 가슴에 알 수 없는 무엇이 턱 얹혔다.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끼이익. 현관문이 열렸다.경찰관은 이 말만 반복했다. 아버지는 생각했다. '시비에 휘말린 걸까?' 그것 말곤 딸이 경찰서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가 추궁하자 경찰관의 입에서 '이태원'이란 단어가 나왔다.'이태원? 이태원에서 왜?' 전날인 토요일에도 일을 했던 아버지는 느지막이 집에 와 가볍게 식사를 한 뒤 곧장 잠을 청했다. TV를 켤 틈도, 휴대폰으로 뉴스를 볼 새도 없었다. 딸이 오후 6시 31분 보낸 마지막 메시지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메시지 끝엔 하트가 붙어 있었다.경찰관이 떠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 문자메시지에서 딸은"아빠는 하나뿐인 엄마·아빠이자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표현했다. 아버지는 혼자서 남매를 키웠다. 첫 자식인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던 때부터였다. 어려서부터 형편이 넉넉치 않았다는 걸 안 딸은 아끼고 아끼는 게 몸에 배어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무리해서 일을 할까 항상 걱정했었다. 3년 전 큰 병이 아버지를 덮쳤다. 골수암, 혈액암 등으로도 불리는 급성 백혈병이었다. 네 명의 골수이식 공여자가 나왔으나 모두 조직이 맞지 않았다. 아버지는 지금도 딸이 주치의 앞에서 한 말을 또렷이 기억한다."선생님,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딸의 결심 덕분에 아버지는 병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딸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는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울먹였다. 연신 가슴을 두드리며"나보곤 건강하라고, 오래 살라고 해놓고...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어요"라고 되뇌기도 했다.
'대통령이 믿고 앉혀놓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었다가 대통령에게 불똥이 튈 것 같더라도 잘못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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