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가 달린 검정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득점의 기쁨을 나누자 시끌벅적하던 관중석은 차갑게 식었다. 공한증이 다시 살아난 순간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1일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남자 8강전에서 홍현석과 송민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개최국 중국을 2-0으로 제압했다.한국은 4일 오후 9시 같은 장소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1로 꺾은 우즈베키스탄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한국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우즈베키스탄과 8강에서 만나 4-3으로 승리한 바 있다.8강전이 열린 이날은 중국의 건국 기념일일 뿐만 아니라 중추절 연휴가 맞물려 일방적인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5만명이 넘는 관중이 쏟아내는 “짜요”라는 특유의 응원은 위협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한국의 응수는 정교하게 짜여진 패싱게임으로 만들어낸 골 폭죽이었다.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시간을 감안해 이강인 대신 고영준이 선발로 투입해 조영욱과 투톱으로 공격에 힘을 준 효과는 뚜렷했다.고영준의 과감한 중거리슛과 측면 돌파에 이은 조영욱의 헤더로 중국의 밀집 수비를 두드렸다. 중국이 자기 진영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로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홍현석의 절묘한 왼발은 끈질기에 버티던 중국 수비를 무너뜨린 한 방이 됐다. 홍현석이 전반 18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왼발로 감아찬 공이 골문 구석에 그대로 꽂혔다.한국은 후반 들어 공세의 흐름을 늦췄다. 후반 18분 이강인과 정우영, 엄원상 등 국가대표 2선 라인을 한꺼번에 투입해 공격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상대의 틈이 보이면 날카롭게 찔렀지만, 여유로운 템포로 볼 소유에 힘을 쓰면서 안정감을 높였다.
애타는 중국과 달리 급한 것이 없는 한국으로선 현명한 경기 운영이었다. 평소 거친 축구로 악명이 높은 중국을 자극해 불필요한 부상을 피하겠다는 의도도 감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 41분 측면 수비수 박규현이 부상으로 교체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한국은 별 다른 위기없이 승리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금메달에 단 두 걸음을 남겨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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