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재나 장르의 영화가 명멸했다지만 형식 자체로 보면 이 영화 또한 분명 새로운 시도다. 2일 개봉하는 은 흔히 영화라고 하면 떠올릴 법한 화려한 시퀀스나 시공간 전환 없이도 하나의 서사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고인을 기리며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영화사적으로 의미가 큰 고인의 작품 중 하나를 공연으로 선보이는 기획이었다. 필름은 사라지고 없지만, 대본만이 남은 이라는 작품을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무산 위기를 겪었고 당시 공연예술계가 으례 택했던 영상 녹화 방식으로 제작되어 공개될 예정이었다. 이는 배우들을 위한 감독의 헌사기도 하다. 출연배우들은 극단 경력으로 치면 나름 중견이지만 영화 촬영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었다. 어려운 시기를 버티던 배우들이 하나의 캐릭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가 흑백 화면에서 가늠된다. 얼굴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 눈빛과 표정의 묘한 차이를 카메라가 고스란히 잡아내 마치 연극 형식인데 생동감 넘치는 영화를 보는 듯한 복합 심상을 자아낸다. 이런 배우들을 카메라 밖에서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정체불명의 감독도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한다. 마치 노필 감독의 영혼으로 현실에 등장한 것같은 환상의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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