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가족구성원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11월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동성혼·파트너십 권리를 위한 성소수자 집단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부부는 10평도 되지 않는 복층 원룸에 산다. 3년 전 살림을 합쳤다. 그동안 늘어난 짐이 어마어마하다. 적어도 투룸으로는 옮겨야겠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변변치 않은 벌이다. 신혼부부를 위한 갖가지 대출이나 주택 제도가 있지만 이들에게는 지원자격이 없다. 현재로선 둘이 살기에는 턱없이 좁은 집을 벗어나기 힘들다. 김씨의 친구는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거실이 있는 투룸을 얻었다고 한다. 신혼부부 대출로 신혼집을 마련한 이성 부부 친구들을 볼 때면 박탈감이 크다. 이날 장서연·윤화영씨는 ‘결혼’ ‘Marriage Equality’라는 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13년째 함께 사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일찌감치 가족에게 커밍아웃했다. 반려견 세 마리와 일상을 보낸다. 장씨의 조카들은 윤씨를 ‘왕고모’라 부르며 곧잘 따른다. 법적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할 뿐이다. 장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서로의 가족에게도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득 저희가 법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땐 서글퍼집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디가 아픈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파트너인데 아무것도 아닌 관계라는 것이 저를 참을 수 없게 합니다.”
가구넷은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에는 반대하나 동성혼은 시기상조라는 말의 모순, 즉 동성혼 배제가 곧 차별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동성혼·파트너십 관계를 사회제도에서 포섭해야 할 필요성을 인권위가 직접 살펴보고 차별 인정과 제도 개선을 권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레즈비언의 삶을 다루는 옴니버스 영화 에는 할머니 커플 에디스와 에비가 등장한다. 배경은 1961년. 두 사람은 30여 년을 함께 살았다. 에비는 정원 사다리에서 떨어져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에디스는 법적 가족이 아니라 면회시간이 지나면 병실에 머물 수 없었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시신을 수습할 수도 없었다. 장례는 치러야 하기에 에비의 조카에게 연락한다. 에비의 모든 재산과 소유물은 상속자인 조카에게 넘어간다. 조카는 두 사람이 평생을 가꿔온 집을 팔겠다고 한다. 에디스는 ‘사실 난 네 고모의 친구가 아니라 부인’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죽음의 순간에 차별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파트너에게 재산을 남겨주고 싶다면 유언을 남겨야 한다.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이 2009년부터 ‘찬란한 유언장’ 워크숍을 진행해온 이유다. 재산의 귀속, 장례절차 등 죽음 이후의 발자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만들고자 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죽은 다음에 벌어지는 일을 짚어보고, 법적 효력이 있는 자필 유언장을 썼다. 성 소수자뿐만 아니라 비혼, 성애적 파트너가 아닌 동거관계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면서 유언장이 갖는 의미는 커지고 있다. 이성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의 틀에 얽매여 있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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