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레스토랑. 빨간 지붕에 창문 아래쪽 알록달록 칠을 한 나무벽. 펼쳐 보고 싶은 요리책, 그림책 그리고 엘피판. 옛 농가 모습을 될수록 남겨 둔 흔적. 대여섯 개 테이블. 도자기 굽던 가마터. 널찍한 앞마당. 건물 바로 옆에 있는 텃밭. 무진장 멋진 농가 레스토랑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며 요리사로 있는 조철씨를 만났다. 진안군 부귀면 한 농가를 다듬어 꾸민 농가 레스토랑 '모래재너머'를 운영하는 요리사 조철씨는 특급 호텔 요리사였다. 게다가 호텔 노조위원장을 거쳐, 민주관광연맹 위원장 등 1990년대 노동운동 한복판에 서 있기도 했다. 지난 2월 초, 그를 만났다."아뇨. 용산에 있는 미국대사관 멤버십 클럽에 있었어요. 조리과를 다녔는데, 1학년 때 교수가 거기서 일해 볼 생각 없냐고 했죠. 좋잖아요, 학교 다니면서 돈도 벌고. 이름은 클럽이지만 바도 있고 구내식당도 있고 규모가 굉장히 컸죠. 거기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처음 프랑스 요리를 시작했어요.
"군에서 배운 게 꽤 도움이 됐죠. 요리병들이 대부분 요리를 하던 사람들이잖아요. 고참들이래 봐야 몇 살 차이 안 나는데도, 내 눈에는 실력이 있었어요. 또 가르쳐 준 것도 있었겠지만, 일을 빨리빨리 쳐내야 했으니까. 시키면 눈치껏 해야 되잖아요. 그러면서 일을 빨리 많이 배웠죠."방위를 마치고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배운 게 요리였으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이었다. 돈벌이는 되었다. 한 달 남짓 하니까 제법 돈이 모였다. 포장마차 자리다툼도 치열했다. 먼저 자리 잡은 포장마차에 신고당해서 몇 차례 벌금을 물기도 했다. 1985년 2학년 때는 쉐라톤워커힐호텔 조리 부서로 가서 정식 요리사가 되었다. 하지만 북가좌동 집에서 너무 멀었다. 마침 3년 뒤, 집에서 가까운 스위스그랜드호텔이 문을 열면서 이곳으로 옮겼다. 승진이 빨랐다. 헬퍼, 서드, 세컨드, 퍼스트 쿡까지 갔다.
조철씨는 노조에 적극이지는 않았지만 조리 부서 대의원을 하였다. 노조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비껴갈 수 없었다. 조철씨를 비롯해 몇 사람은 노동조합 공부를 하기도 하고, 일부는 개인적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노동자신문을 비롯해 외부 노동교육센터 등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였다."노동조합을 좀 제대로 민주적으로 만들어 보자 이런 분위기가 있었죠. 그래서 노조 민주화 이런 활동을 좀 하고, 노조에서 인정 않는 노보를 만들었어요. 저까지 셋이서. 만든 지 얼마 안 됐지만 노조 불신임 과정을 거치고 노조위원장 선거를 하는데, 조합원들이 저더러 하라고 등 떠밀어서 할 수 없이…."
10여 년 노동운동을 하느라 아내에게 특히 미안했다. 먹고살아야만 했다. 명동, 강남 등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30대 사장과 유학파가 넘쳐 나는 젊은 요리사들로 일자리 잡기도 쉽지 않았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다 보니 요리에 대한 생각도 조금 바뀌었다. 이익만을 내기 위해 값싼 수입 농산물을 쓰고 화려한 포장으로 가격을 부풀리는 현실이 편치 않았다."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죠. 내가 뭐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왔어요. 어쨌든 사는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었죠. 그런데 이제 같은 사안을 보더라도 깊이 근원적으로 고민하게 돼요. 뭐 오히려 좀 복잡해졌을 수도 있겠죠. 가급적이면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경제적인 의미가 아닌…."농사를 지었다. 그러면서 지역 학생들에게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식품회사 컨설팅 등을 하며 자리를 잡아 갔다. 농사는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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