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불에 탄 숭례문을 복원하며 천연안료 대신 사용이 금지된 값싼 화학안료 등을 무단 사용한 홍창원 단청장과 그 제자가 국가에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는 지난 10일 정부가 홍 단청장과 제자 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은 공동으로 9억4550만400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였던 홍 단청장은 2012년 8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숭례문 단청 복구공사를 맡아 진행했다.홍 단청장은 처음 한 달여 동안 천연안료와 전통 접착제를 사용하는 전통 기법을 썼지만, 색이 잘 발현되지 않았고 날씨가 추워지자 전통 접착제인 아교가 엉겨 붙었다.이렇게 색칠된 단청은 결국 복구된 지 3개월 만에 벗겨졌다.재판에서 홍 단청장과 한씨는 화학 안료를 섞어 썼기 때문에 단청이 벗겨졌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실험과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숭례문 단청의 균열 및 박락이 피고들의 재료 혼합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이어 “화학 재료의 혼합 사용은 그 자체로 원고가 계획했던 전통 기법대로의 숭례문 복원에 어긋나고 하도급계약에도 위배된다”며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한 방식에 반해 숭례문 단청을 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재판부는 전통 재료로 시공한 일부 구간에서도 단청이 벗겨진 점, 문화재청이 홍 단청장에게 공사를 빠르게 완성해달라고 요구했던 사정 등을 감안해 이들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민사 소송과 별개로 홍 단청장은 2015년 5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문화재청은 2017년 그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을 박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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