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크지 않은 금액일 수 있지만, 평생을 가난 속에서 살아온 김 할머니에겐 전 재산과도 같은 돈이었다.1950년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 할머니는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더는 학교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그땐 교복을 입고 학교 가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디다."자녀 넷을 둔 김 할머니는 당장 먹고살 걱정에 큰딸 학교 납부금으로 모아둔 2만원으로 계림동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했다.교복 입은 학생들이 찾아오면 부러움 반, 애틋함 반으로 주문한 양보다 듬뿍 담아주기 일쑤였다.
생각해보니 술을 찾는 성인 손님들이 자주 찾아오긴 했으나 술을 팔지 않는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렸던 게 부지기수였다.그제야 조금씩 돈이 모이기 시작했고, 몇년 후엔 인근의 조그마한 가게를 얻어 장사를 이어갔다."선행을 베풀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는 김 할머니는 자기 일이 잘 풀리게 된 것도 모두 나눔 덕분이라고 생각했다.그러던 중 김 할머니는 지난해 부쩍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어린 학생들이 자신처럼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김 할머니는"이 세상에 나와서 아무런 의미 없이 떠나면 죽어서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전 재산을 내놓은 김 할머니는 지금처럼 큰돈을 다시 기부할 순 없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봉사하며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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