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이 공간이 가진 지형, 방위, 주변도로, 건물 내 공간의 크기와 수용 예상 인원 등을 치밀하게 수치화해 설계했다는 점에서 ‘장소 특정적’이라고 본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런 설명이 일견 이해된다. 빼어난 완성도와 공간감에도 불구하고, 개관 8년이 되도록 이 공간이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증용 사진의 배경으로 주로 쓰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박정현·셔터스톡 제공1997년 스페인 빌바오에 문을 연 구겐하임 미술관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스페인 북동부 바스크 지역의 거점인 빌바오는 공업 및 무역 도시였다. 철강 및 조선업이 쇠락하면서 침체되었던 도시의 활력은 구겐하임 미술관 개관과 함께 되살아났다. 전시장과 공연장이야 사람들을 유인하는 오랜 수단이었지만,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빌바오만큼 도시의 인지도와 경제를 극적으로 바꾼 경우는 없었다.
서울의 도심이 대개 그렇듯 동대문운동장 일대에는 수백년의 역사가 누적되어 있다. 청계천과 동대문에 면해 있고 낙산에서 내려오는 서울 성곽이 지나가는 곳이다. 1923년 일제는 성곽을 허물고 이곳에 종합운동장을 지었고 해방 후인 1959년 야구장이 건립됐다. 1982년 시작된 프로야구의 첫 한국시리즈가 이곳에서 치러졌고, 잠실야구장으로 프로구단이 옮겨간 뒤에도 아마추어 야구의 중심지였다. 기능을 다한 종합경기장은 2000년 이후 주차장과 풍물시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인근은 창신동 일대의 봉제 공장을 비롯한 여러 제작업체, 평화시장을 중심으로 한 의류 유통업체가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 의류산업 지역이었다. 복잡한 장소에 걸맞게 프로젝트의 과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인근 패션산업을 엮어내는 거점이면서 주변 상인과 지역민을 위한 공원이어야 했고, 전시 및 회의 등의 기능이 다 들어간 복합문화시설이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이자 ‘랜드마크’가 될 만한 외관을 지녀야 했다.
당선 직후부터 비판적인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공사 도중에 조선 시대의 유구가 발굴되면서 공사 중단과 설계 변경, 비용 증가가 잇따르자, 자하 하디드의 장소 해석이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 도심에 시민의 세금으로 짓는 공공건축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더 힘을 얻었다. 2013년 초 실시된 설문조사 ‘한국 현대건축의 빛과 그림자’ 명작 30선과 태작 20선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태작 5위에 오른다. 공사가 끝나기도 전의 일이었다. 건축의 공공적이고 윤리적인 측면을 우선시하는 건축계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결과다. 자하 하디드와 패트릭 슈마허의 파라메트리시즘은 종이 위에서 선을 무수히 그려가며 특정한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을 생략한다. 대신 미리 설정되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여러 매개 변수를 입력한다. 지형, 방위, 주변 도로 같은 대지의 조건, 건물에 필요한 여러 공간의 크기와 사람들의 동선 등이 매개 변수가 된다. 이 변수에 따라 프로그램이 다양한 조건을 조정해 건물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산출된 형태를 전통적인 비례나 미적 규범으로 재조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과정은 생산 및 건설 시스템으로 직결된다. 자하 하디드만의 스타일과 낯선 형태에도 불구하고 ‘장소 특정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건물이 너무 흉해. 선진국 보면 작은 빌딩도 참 예쁜게 많은데 우리나라는 거지같은 건물을 페인트칠도 않고 전선이 막 엉켜서 진짜 흉하지. 큰 건물 몇개만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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