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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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흐지부지될 때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그 정도의 존재로 취급된다는 메시지를 거듭 전달받는다. 나의 몸과 마음은, 존엄과 가치는, 고통과 분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현실을 재차 선고받는다.”

7월6일 오전에 뉴스를 보았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모씨가 석방되었다고 했다. 그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20만개의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 유포해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국제적인 성범죄자가 단 1년6개월의 복역을 마치고 사회로 풀려났다고 했다.뉴스를 본 후 나를 압도하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무력감이었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장자연 리스트, 소라넷, 양진호, 최종범, 버닝썬, N번방, 이번 사건에 이르기까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무혐의, 집행유예, 석방 등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반면 피해 여성들은 모욕, 성희롱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며 고통 속에서 살아가거나 목숨을 끊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 많이 목격해왔다. 무엇이 달라질 수는 있는 걸까.

성범죄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가해자 한 명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모든 여성에 대한 선고다. 성착취의 죗값을 터무니없이 가볍게 책정하는 판결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잠재적 피해자로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 여성들에게 반복해서 말한다. 너는 중요하지 않다. 너의 몸은 어느 부위든 공공장소에서 불법으로 찍혀도 괜찮다. 성행위 중 동의 없이 신체가 촬영되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쯤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 몰래 약물을 타서 기절시키고 집단으로 강간해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생후 6개월 영아 때 납치되어 포르노물의 한 장르로 착취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흐지부지될 때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그 정도의 존재로 취급된다는 메시지를 거듭 전달받는다. 나의 몸과 마음은, 존엄과 가치는, 고통과 분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현실을 재차 선고받는다.

성범죄를 다루는 한국 사법체계의 가장 밑바닥에는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가 보상받는 구조가 아니라 아버지가 문책하고 아들이 속죄하는 구조가 있다. 윗세대 남성들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양산된 디지털 성범죄 산업을 자기 세대의 성착취와 심정적으로 분리하고 아랫세대 남성들 사이에서 더 악랄하게 진화된 방식과 첨단 기술을 엄하게 꾸짖는다. 그러나 세대를 넘어 남성들끼리 문책과 속죄를 주고받는 구조는 이질성이 아닌 동질성을 근간으로 삼으며 정의가 아닌 연민으로 작동된다. 그래서 고도비만 등 콤플렉스는 감경 사유가 되고 가족을 부양하는 기혼자라는 조건은 선처 근거가 된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으며 죄송하다는 말은 피해자가 아니라 관대하게 아량을 베풀어주신 윗세대 남성들을 향한다. 꾸짖음과 감사함을 교환하며 점점 공고해지는 남성 연대 속에서 정작 성을 착취당한 피해자의 고통은 배제되고 비가시화된다. 아무리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외쳐도 투명인간이 된다.

그러나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존엄과 가치는, 고통과 분노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달라지는 건 없다는 끔찍한 무력감 속에서도 저마다의 작은 목소리라도 보태려는 의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서로 연결되고 모여 무엇이라도 응답하려는 움직임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다. 황정은 소설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세계의 어느 구석을 믿어보려는 사람들을 보며, 세계와 꼭 같은 정도로 자신이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응답해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사건은 비단 성착취 피해자들의 문제만도,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들만의 문제만도 아닌, 세대를 넘어 영속적으로 이어질 끔찍한 국가적인 재난이다.

이 거대한 재난 앞에 선 무력감은 오로지 분노와 절망을 느끼는 것이 혼자만은 아니라는 연결감 속에서 조금이나마 극복된다.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사람들에서 발견한 점점한 아름다움을 믿겠다던 황정은의 마지막 문장을, 오늘도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여성들에게 보내고 싶다. “그러니 누구든 응답하라. 이내 답신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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