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한 스푼] 가르치지 않는 언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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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내가 몸담은 월간 ‘신문과방송’의 연말 기획을 위해 언론계 전문가 50인의 생각을 이메일 인터뷰 형식으로 물었던 적이 있다. ‘한국 언론 재건축하기’란 주제로 우리 언론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태도나 관행이 무언지 물었는데, 세 번째로 많이 나온 답변이 ‘가르치려는 태도’였다(궁금해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굳이 설명하자면, 첫 번째로 많이 나온 답변은 정파성, 두 번째 답변은 포털 의존이었다). 언론이 특권 의식을 내려놓고, 무지한 독자를 가정하는 ‘가르쳐주겠다’식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이 답변이 눈에

#AD155442644961.ad-template { float:right; position:relative; display:block;margin:0 0 20px 20px; clear:both; } #AD155442644961.ad-template .col { text-align:center; } #AD155442644961.ad-template .col .ad-view { position:relative; display:inline-block; } 작년 이맘때쯤 내가 몸담은 월간 ‘신문과방송’의 연말 기획을 위해 언론계 전문가 50인의 생각을 이메일 인터뷰 형식으로 물었던 적이 있다. ‘한국 언론 재건축하기’란 주제로 우리 언론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태도나 관행이 무언지 물었는데, 세 번째로 많이 나온 답변이 ‘가르치려는 태도’였다. 언론이 특권 의식을 내려놓고, 무지한 독자를 가정하는 ‘가르쳐주겠다’식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사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가르침 받는 걸 싫어한다. ‘맨스플레인’이나 ‘라떼’란 용어에서 보듯 원하지도 않는 설명을 아무 말도 못하고 듣는 상황에 대한 보편적 거부감이 있다. 가르침을 가능하게 하는 건 ‘권위’다. 그간 맨스플레인이 가능했던 건 남성이란 성별에서 오는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고, 라떼가 가능했던 건 상사-부하 직원의 수직적 권위 혹은 나이 차에서 오는 연륜의 권위가 있기 때문이었다. 전혀 문제가 없을 것만 같던 이 상황들이 문제로 드러난 것은, 가르침이란 행위를 지탱해왔던 그 권위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일 테다. 언론의 권위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기자들이 목소리를 독점하는 시대, 기자가 전하는 정보가 유일한 정보 원천이던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 등장으로 검색 한 번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기자보다 그 분야에 통달한 사람들이 나타나는 ‘만인 전문가’ 시대가 도래했다. 남이 쉽게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권위를 얻었던 언론은 ‘기레기’란 비아냥을 듣는 처지가 됐다. 사실 이런 경향은 다른 집단도 예외는 아닌데, 교수는 모두 폴리페서고 검사는 떡검이고 의사는 모두 돌팔이라는 식의 비판은 전문가 집단의 권위가 해체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빈번히 등장하곤 한다. 다만, 고시 패스한 것도 아니고 라이센스가 있는 것도 아닌 기자가 특히 최전선에서 그 비난을 받고 있을 뿐이다.

한때 언론계에선 “언론은 뉴닉보다 못하다”는 말이 떠돌았다. 뉴닉은 시사를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해주는 무료 뉴스레터다. 뉴닉은 취재를 통해 사실을 발굴하지 않기에 엄밀히 말하면 언론은 아닐 테지만, 이 말이 등장한 맥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닉의 등장은 어뷰징 기사나 선정적 기사에만 열을 올리는 줄 알았던 독자들이 사실은 정제되고 정리된 정보에 대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점, 독자들은 쉽게 풀어 대화하듯 읽을 수 있는 정보에 거부감을 덜 느낀다는 점, 꼭 알아야 할 정보는 ‘가르치지’ 않고도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우리가 옳다’, ‘우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종종 무리한 단독 보도 등으로 이어진다. 기자정신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일종의 특권 의식은 언론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과거의 문법이다.” 인터뷰에 응했던 전문가 50인 중 한 명이었던 안준영 부산일보 기자 말이다. 언론 설명을 곧이곧대로 듣는 독자는 이제 없다. 그러면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할 것이다. 가르치고 가르침 받는 관계가 아닌, 언론은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그러한 언론을 시민이 신뢰하는 관계 말이다. 그렇게 되려면 언론이 할 일이 많다. 우선 어려운 기사 문체를 전면 바꿔야 하고, 권위로 무마했던 엉성한 팩트를 충실한 취재와 촘촘한 팩트로 대체해야 한다. ‘내 말 들어’란 호통 대신, ‘어떻게 하면 독자에 소구할 정보를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구조로 편집국을 바꿔야 한다. 새해에는 가르치지 않는 언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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