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60+’ 할매·할배 '기후 행동' 뭉쳤다

지난해 9월 머리가 희끗희끗한 10여 명의 ‘60+’(60대 이상)들이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았다. 화...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60+’ 할매·할배 '기후 행동' 뭉쳤다 - 경향신문

2022-01-17 오후 12:38:00

청년들이 ‘기후 위기로 우리가 죽는다’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을 보고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성장의 상징인 ‘60+’ 세대였다.

지난해 9월 머리가 희끗희끗한 10여 명의 ‘60+’(60대 이상)들이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았다. 화...

“기후 위기, 특정 세대 아닌 모두의 문제”19일 탑골공원서 행사 “현장의 증인될 것”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지난해 9월 머리가 희끗희끗한 10여 명의 ‘60+’(60대 이상)들이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았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회원들에게 모두 전화를 돌려 마련된 자리다.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을 앞두고 기후위기에 당장이라도 우리 세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뜻을 모은 ‘60+ 기후행동’의 시작이었다. 첫 회의 이후 약 닷새 만에 함께 목소리 내어줄 60대 이상 시민 700여명의 서명이 모였고, 열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도 “우리에게 이런 열정이 있었나 놀랐”고, “확 타오르는” 느낌이었다고 기억했다.

‘미래세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 행동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서도 청년들이 ‘기후 위기로 우리가 죽는다’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을 보고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성장의 상징인 ‘60+’ 세대였다. 700여명이 서명과 함께 남긴 한 마디 중 가장 많은 것이 “반성한다”였다. 이들은 경제 성장이 유일한 답인 줄 알았고, 아파트와 공장을 짓는 것을 ‘진보’로 여기며 살아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잃은 게 많았다. 책임감을 느꼈다. ‘기후 위기’에 이르기까지 배출한 온실가스의 수혜를 받고 살아왔지만, 이런 지구를 손주들한테 물려줄 수 없었다. 행동하는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서는 ‘세대’가 모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오는 19일 창립식을 앞두고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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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 “기후 위기, 특정 세대 아닌 모두의 문제” 19일 탑골공원서 행사 “현장의 증인될 것”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해 9월 머리가 희끗희끗한 10여 명의 ‘60+’(60대 이상)들이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았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은 회원들에게 모두 전화를 돌려 마련된 자리다.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을 앞두고 기후위기에 당장이라도 우리 세대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뜻을 모은 ‘60+ 기후행동’의 시작이었다. 첫 회의 이후 약 닷새 만에 함께 목소리 내어줄 60대 이상 시민 700여명의 서명이 모였고, 열흘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도 “우리에게 이런 열정이 있었나 놀랐”고, “확 타오르는” 느낌이었다고 기억했다. ‘미래세대’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 행동의 상징이 됐다. 국내에서도 청년들이 ‘기후 위기로 우리가 죽는다’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을 보고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성장의 상징인 ‘60+’ 세대였다. 700여명이 서명과 함께 남긴 한 마디 중 가장 많은 것이 “반성한다”였다. 이들은 경제 성장이 유일한 답인 줄 알았고, 아파트와 공장을 짓는 것을 ‘진보’로 여기며 살아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잃은 게 많았다. 책임감을 느꼈다. ‘기후 위기’에 이르기까지 배출한 온실가스의 수혜를 받고 살아왔지만, 이런 지구를 손주들한테 물려줄 수 없었다. 행동하는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기 위해서는 ‘세대’가 모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오는 19일 창립식을 앞두고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정숙 60+ 기후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60+ 기후 행동은 19일 창립식을 열고, 초록색 모자, 스카프 등 상징을 착용하기로 했다. 이준헌 기자 애초 창립식 날짜를 두고 논의할 때는 ‘노인의 날’ ‘환경의 날’ 등이 거론됐지만 심각한 기후위기로 실제 화재가 나는 현실을 알리고, 지구 온난화라는 ‘불’을 끄기 위해 ‘119’를 연상시키는 1월19일을 택했다. 창립식 장소는 탑골공원이다. ‘소외된 노인’들의 상징과도 같은 탑골공원에서 노인이 주체가 된 기후행동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노년 세대가 새로운 사회를 꿈꾸면서 변화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기후 위기가 특정 세대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각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다. 기후는 환경 문제만이 아닌 정치·경제 의제이고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문제였다. 윤 위원장은 “농민, 장애인, 노인, 이주민 등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기후위기로 식량 문제가 생기면 먹고 사는데 문제가 생긴다”며 “(기후위기 담론에서 배제된) 노인 세대가 나섬으로써 우리 사회의 전 세대가 내 문제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60대 이상이 모인 만큼 행동 방식도 기존 기후 단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윤 위원장은 기후위기 현장을 찾아 ‘웅성웅성’거리고 ‘어슬렁’ 대겠다고 했다. 선명한 구호를 큰 목소리로 외치고 퍼포먼스도 벌이는 기존의 시민 행동과 다르게, 느리지만 현장감 있는 접근방식으로 해 보겠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119명을 모아 ‘60+ 119 기후행동대’를 꾸리고, 가장 먼저 석탄발전소 앞으로 향할 예정이다.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대신 현장에 가 온종일 걸으며 ‘어슬렁어슬렁’ 시위를 할 예정이다. 또 주민, 현장 직원과 대화하며 ‘웅성웅성’ 댈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식은 우리 세대에 적절한 것 같지 않다”며 “황폐화 된 현장을 온몸으로 느끼고, 우리 세대가 현장의 증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0+ 기후행동이 지난 해 11월 “기후위기 현장의 증인 되기”의 일환으로 제주도를 찾고, 군사기지와 구상나무 숲 등을 방문했다. 60+ 기후행동 제공 60+ 기후행동은 기후 위기 대응이 정치의 주류 의제가 돼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정치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거리에 누우며 시위를 하고, 헌법 소원을 하는 등 아래로부터의 행동이 없으면 절대로 안 움직일 세력”이라며 “지금의 정치권은 눈치만 보고 현상을 유지하려 하는, 우리와는 다른 60+”라고 했다. 60+ 기후행동의 텔레그램 방은 창립식의 손 팻말에 쓸 구호를 공유하며 뜨거운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팻말에 ‘할머니가 지킨다 초록지구!’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오징어게임 할배’ 등을 적겠다며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윤 위원장은 “대선 후보와 기업 CEO도 만나고, 매체에 기고도 할 것”이라며 “환경의 날, 노인의 날에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무궁무진하게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일, 탑골공원에서는 희끗희끗한 초록 물결이 시작된다. 기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