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걸의 세시반] 어느 철자법 광신자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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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가 ‘화룡정점’이라고 했을 땐 실수 같았는데 신조어까지 만들며 다그치자 더는 참지 못했다. “‘전차’가 아니라 ‘전철’을 밟는 거죠. ‘전 시대의 잘못을 반복하다.’ 그리고 ‘화룡정점’이 아니라 ‘화.룡.점.정.”

스무살 청년이 ‘이충걸의 세시반’을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 이충걸 | 에세이스트 이충걸의 세시반 어느 자리에서 나의 악습이 도졌다. 누가 “그러다간 옛날의 전차를 밟을 거야”라며 부하 직원을 몰아세웠기 때문에. 걱정은 좀 됐다. 어떤 사람은 동정은 몰라도 모욕은 못 참으니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 자리의 누구도. 나는 늘 오자와 부정확한 인용, 쉼표 없는 장광설, 번역 투의 비문 앞에서 성에 제거 기능이 없는 냉동고처럼 얼어붙었다. 언어를 대하는 왕성한 규율과 문법의 유희에는 소수만 동의하겠지만 우린 다 남들에게 용납받지 못하는 것 하나씩은 갖고 있다. 가끔 술자리에서 문제를 냈다. 다음 중 한자가 아닌 것은? 1. 대관절. 2. 어차피. 3. 도대체. 4. 철부지. 정답은 4번. 완전한 답은 아니다. 분별을 뜻하는 ‘철’과, 알지 못한다는 ‘부지’의 결합이라서. 와인 마시면서 무슨 한글 퀴즈냐는 이도 있지만 나의 대답은 “남들 험담하는 것보단 낫다.

촉망받는 배우가 너무 건전한 목소리로 “어둠의 ‘끄츤’ 멀지 않습니다”, 광고 카피를 읊으면 “‘그츨’이 아니라 ‘끄틀’이다, 바보야!” 하며 채널을 돌린다. 국가 대표급 여가수가 ‘내 겨츨’로 시작하는 데뷔 때 노래를 몇십 년 지나서까지도 ‘내 겨츨’로 발음하면 노래의 기쁨 어느덧 사라지고 노래의 슬픔만 남는다. 그게 받침 ‘ㄷ’, ‘ㅌ’이 조사나 접미사의 모음 ‘ㅣ’와 만났을 때 구개음 ‘ㅈ’, ‘ㅊ’으로 바뀌는 구개음화야? 국어를 라틴어로 배웠어? 주변 아무도 몰라? 작사가는? 소속사는? 녹음실 음향 기사는? 이 이야기의 결론은 이것이다. “말이라는 게 의미만 통하면 되지, 뭘 그렇게 따져?” 나도 나를 흉보았다. 네가 무슨 주시경 박사야? 현대 조선 어학의 공로자 되시게? 방심하면 비극적 농담의 희생양이 되는 세상에 어법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러나 모두가 언어의 수렁에 빠졌다. 유행어를 쓰면서, 아이들의 요즘 용어에 당황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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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hosun - 🏆 22.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