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성 수치’가 높은 사람이라면, 목요일 밤 9시30분에 방영되는 의 1, 2화를 보는 동안 베개를 쥐어뜯었을 것이다. 공감성 수치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해당 배역이 곤란한 일이나 창피를 당하는 장면을 볼 때 같은 감정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증상이다.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가 엠넷이라는 야만의 한복판을 질주하는 장면을 응원해본 사람 역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에 등장한 슬릭을 지켜보는 마음 말이다.
은 형식상 출연자끼리 경쟁하는 경연이 아니다. 그런데 재미가 정체성인 예능에는 갈등과 대립 구도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이번 쇼의 MSG는 슬릭의 ‘이질성’이다.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프로그램 초반, 슬릭은 여기저기 바쁘게 동원된다. 1화에서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 래퍼’로 소개되는 슬릭은 수수한 차림새 때문에 다른 출연자로부터 제작진으로 오해받았다. 출연자끼리 인사하고, 네일아트 같은 소재로 대화를 이어갈 때 슬릭이 소외되는 장면을 부각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성적인 퍼포먼스와 가사로 화제가 된 퀸 와사비와 슬릭의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의 여성 소비 방식을 비판했던 슬릭의 가사가 마치 치타에 대한 ‘디스’인 양 긴장감을 조성한다. 슬릭이 소녀시대를 향한 사랑을 고백할 때는 의외의 매력이 드러나지만, 그건 엠넷이 잘한 게 아니라 ‘숨겨도 트윙클 티가 나’는 슬릭의 사랑스러움과 동시대 여성이라면 할 말이 한 보따리인 소녀시대의 업적이니 패스하자.
교차성 페미니즘은 다양한 위계와 차별의 교차를 고찰한다. 인종차별 문제와 성차별 문제가 충돌하면서 부상한 교차성 페미니즘은 사회적인 위치성에 따라서 경험하는 구조적인 장벽이 단일하지 않으며, 다층적인 억압의 층위를 형성하는 것을 이론화한다. 교차적인 억압의 구조에서 개인은 기득권이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가 되기도 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글을 쓰는 나는 여성으로서 불안에 떨며 밤길을 걷고 남자 작가들은 받을 일 없을 댓글이나 메일을 받는다. 한편 가시적인 장애가 없는, 서울 거주자, 이성애자로서 누리는 특권이 있다. 내가 먹고 마시는 것은 많은 부분 동물 착취를 기반으로 하며, 법적 성인이기에 어린이를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세상이 더 익숙하다. 차별과 억압은 겹치거나 가로지르며 다르게 작동하고, ‘나’의 위치 역시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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