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아픈 시간의 관문 앞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열릴 듯 말듯, 닫힌 팬데믹의 시대가 한 동안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정부의 방역수칙이 강화되어 한 동안은 지역으로 또 외부로 시선을 옮기기로 합니다. 이번엔 서로 맞닿아 있는 전북 무주군과 충북 영동군,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두 곳 라제통문과 노근리 쌍굴다리를 차례로 찾아 보았습니다.설천교 너머로 라제통문이 보입니다. 신라와 백제의 경계를 넘는 역사적 시간의 통로를 이제 곧 지나게 됩니다. 삼국시대 두 나라의 국경지대로 추정되는 석모산 능선을 경계로, 서쪽은 백제, 동쪽은 신라 땅이었다고 합니다. 라제통문이 생기기 전엔 두 지역을 오가던 사람들이 넘어 다니던 고갯길이 있었다고 하는데, 동쪽에서는 낮은 능선을 타고 하천을 건넜을 것으로, 서쪽에서는 그 반대로 하천을 건너 석모산 능선을 넘었을 것으로 그림이 그려집니다. 지금은 라제통문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두길리 신두마을, 동쪽은 소천리 이남마을이 자리해 있습니다.
한편에선 라제통문이 일제시대에 무주와 김천, 거창을 잇는 신작로를 만들며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뚫은 굴이라고도 하고, 금강을 개발하기 위해 뚫었다고 하기도 합니다. 설천교에 들어서기 전 우측에 선 안내판은 후자로 소개하고 있으나, 전자가 더 신빙성 있어 보입니다. 일제가 인근 금광에서 채굴한 금이나 지역 농산물, 임산물 등 여러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 터널은 ‘기미니굴’로 불렸다고 하는데 안내판에 따르면, “1950년 경 안성면장이었던 김철수 옹이 무주군의 향토지에 라제통문으로 불러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함으로써 이 관문의 이름이 라제통문으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라제통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20여 미터의 짧은 터널에 담긴 이야기는 삼국시대가 핵심일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이 터널은 마래 제2터널이 그랬던 것처럼 일제가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인근 주민을 동원해 만들었을 것이므로, 근대 시기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일제의 폭력, 잔인한 범죄, 악랄했던 자원 수탈 등은 전 국토 여기저기 상흔을 많이도 남겼습니다. 오징어게임은 한국 아이들의 놀이인 ‘오징어’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인데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456명의 사람들이 목숨 값 456억을 두고 죽음의 게임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최후의 펼쳐지는 게임이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로 그려진 ‘오징어’입니다. 극중에서 참가자들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그려진 검은 마스크를 쓴 주최측 사람들에게 죽거나 서로에 의해 목숨을 잃습니다. 어쩌면 오징어게임 속 죽음과 쌍굴다리의 죽음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은 아군이라 생각했던 미군에 학살되고, 참가자들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참가자에게 살해당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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