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의 규칙을 어긴 여자아이들은 언니들이 지내는 언니방으로 보내졌다. 이하은씨도 자주 언니방에 끌려갔다. 밥을 먹다 반찬을 남기거나 외출 복귀가 늦거나 청소를 잘 못하면 그랬다. “언니방 가!”라는 말을 끝으로 선생님들은 그 안에서 벌어질 일을 묵인했다. 10대들에겐 어른보다 한 두 살 위의 선배가 더 무섭다는 것을 선생님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씨는 결국 중학교 1학년 때 보육원에서 도망쳤다. 주변에는 “가출했다”고 말했다. 시설 이전의 기억이 없는 이씨에게는 보육원이 곧 집이었다. 집을 나온 순간 떠돌이 생활이 시작됐다. 처음 가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잡혀 심사원에 보내졌을 때는 매일 울었다. 2주 뒤 다시 보육원에 돌아가야 했지만 언니방은 죽어도 가기 싫었다. 차 창문을 열고 도망쳤다. 도망치고 잡히고, 또 도망치고 잡혀 들어가고…. 남자친구 집에 얹혀 지낼 때는 불쑥 찾아오는 경찰을 피해 세탁기 안이나 침대 밑에 숨었다. 안정적 거처 없이 떠도는 삶은 스트레스성 위염을 불렀다.
영원히 시설에서 살 수 없기에 언젠가는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국가는 그 나이를 만18세로 정했다. 500만~1000만원의 자립정착금과 월 30만원 자립수당 등을 받을 자격은 모두 그 나이에 주어진다. 자립수당 지급은 ‘보호종료일로부터 과거 2년 이상 연속 이용’ 또는 ‘보호종료일로부터 과거 3년 중 2년 이용 및 퇴소 직전 1년 이용’이라는 조건이 더 붙는다. 수도권과 지방을 계속 오갔지만 ‘지낼 만한’ 시설은 한 군데도 없었다. 한 생활시설을 운영하던 교수는 수면바지를 입고 PC방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그렇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그룹홈은 종종 말도 없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룹홈에 김씨의 이름으로 나오는 지원금이 있었지만 시설장은 “말을 안 듣는다”며 용돈을 주지 않았다. 같이 살던 언니와 공금으로 마련된 시설 내 저금통을 깼고, 이 사건이 발단이 돼 절도 혐의로 소년보호시설에 갔다.
자립 이전에는 ‘누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여야 한다. 주체성을 기르기 어렵다. 자립 이후에는 갑자기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어른이어야 한다. 안 그래도 홀로서기 연습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겐 갑작스러운 변화가 더 혼란스럽다. 황정아 아동권리보장원 자립지원부장은 “시설 아동들은 가정이 아닌 단체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이 빨래하고 밥하고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는 일상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월세·공과금 납부 등을 위해 재무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른다면 불안정 주거에 빠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신인성 사무국장은 “단체생활만 하다가 자립훈련이 부족한 채로 갑자기 혼자가 되면 집을 어떻게 관리할지 모른다. 집을 방치하다가 결국 돈이 떨어져 전전하게 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보호종료를 앞둔 아동이 자신의 경제적 자립준비 정도를 10점 만점에 4.8점으로 인식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현실이 지옥이고 오늘도 지옥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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