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액상세제 대신 비누 사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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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 요리를 좋아하는 내가 식사 준비를 맡았고 한 친구가 설거지를 자처했다. 그는 싱크대 옆에 놓인 비누에 마음을 쏙 빼앗긴 듯했다. 수세미에 비누를 연신 묻히면서 요즘 개념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많이 쓰더라며 나를 몹시 칭찬해줬다.

친구가 말한 설거지바는 기존의 주방용 액상세제 대신 사용하는 고형세제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대안생활용품이다.일단 액상세제는 부피도 크고 무겁다. 한꺼번에 많이 사서 쟁여놓기에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기회가 될 때 많이 산다 해도 무거워서 나르기 쉽지 않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편하지만 택배노동하시는 분들의 허리 건강을 생각하자면 이도 썩 내킬 만한 선택지가 아니다. 살 때도 문제지만 쓰고 버릴 때도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액상세제는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고 결국 어마어마한 쓰레기산을 만드는 데 한몫하게 된다. 분리배출을 열심히 한다 해도 차선책일 뿐, 안 쓰는 것보다 나을 수는 없다. 내가 미리 준비한 병에 딱 필요한 만큼만 덜어서 살 수 있는 알맹상점이 동네마다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세제는 큰 골칫거리다.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다시 고형세제를 찾는다. 머리감기도, 세수도, 빨래도 비누로 했던 그때처럼 말이다. 샴푸바, 설거지바 등 힙한 이름을 새로 얻은 비누는 요즘 제로웨이스트 열풍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으로 몇 개씩 산다 해도 무게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새거나 깨질 염려가 없으니 이중 비닐포장이나 완충용 뽁뽁이를 두를 필요도 없다. 보통은 종이띠만 두르거나 혹은 이마저도 생략하고 그냥 얇은 종이상자에 차곡차곡 넣어 팔고 있으니 적어도 환경에 대한 죄책감만큼은 상당 부분 내려놓을 수 있다. 게다가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비누에는 기존 세제와는 달리 보존제도, 향료도, 색소도 넣지 않는다. 그러니 고형비누가 환경에도 부담을 덜 지울 수 있다. 내가 다 만들어 쓸 수 없고 쌀뜨물로 설거지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적어도 비누 형태의 세제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친구의 말처럼 개념 있는 소비일 것이다.

요즘은 원료에서 팜유를 뺀 비누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값이 싼 팜유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식품부터 화장품, 세제까지 두루두루 쓰이는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인 산지이다. 좀 더 효율적인 팜농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대기업들은 열대림을 파괴하고 아이들을 동원시킨다. 팜농장을 위해 지금도 시간당 축구장 300개만큼의 열대림이 파괴된다고 하니 이왕 비누를 살 때는 제형만 볼 것이 아니라 성분까지 검토하면 좋겠다. 친구가 다녀간 뒤, 나는 조용히 검색을 시작했다. 색소나 향료가 들어가지 않은 설거지용 비누, 그리고 팜유를 사용하지 않고 과대포장을 하지 않는 판매처를 찾기로 했다. 다행히 워낙 많은 제품이 있어 선택의 폭이 꽤 넓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주간이라지만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 조금은 소비를 해야겠다. 비누에 감탄한 친구에게 줄 것까지 포함해 넉넉히 살 예정이다. 그리고 친구에게 고백해야겠다. 네가 사용했던 그 비누는 사실 손 씻는 비누였다고,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사과의 마음을 담아 진짜 설거지바 하나를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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