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폭락으로 위기를 맞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대위 해체, 선대본 재구성을 ‘대책’이라고 제시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선거기구와 책임자를 개편하는 것은 모험이긴 하다. 그러나 기구를 새로 세우는 것 외에 위기 진단과 지지 획득을 위한 대책은 아무 내용이 없어 실망스럽다.
윤석열 후보는 6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틀 간 일정을 중단한 채 숙고한 윤 후보는 선대위를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김종인 총괄상임선대위원장도 자연스럽게 업무가 사라지게 됐다. 대신 권영세 의원을 본부장으로 선대본부를 통해 선거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윤 후보는 “매머드라 불렸고,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지금까지의 선거 캠페인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며 새로 구성하는 선대본부를 “슬림하고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선거기구 개편이 어떻게 지지율 폭락의 해법이 되는지 의문이다. 이날 윤 후보 스스로도 위기의 원인을 선대위 비대화, 배우자 김건희 씨 등 가족 논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캠페인으로 꼽았다. 특히 최근 민심에 불을 지른 것은 정부와 여당후보를 향해 극언에 가까운 말을 하고, 경제 토론이나 공약 발표에서 초보적인 이해조차 못한 모습을 보인 윤 후보 자신이다.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후보의 철학과 콘텐츠, 능력이 부실하다는 불안감이 폭발했다. 윤 후보는 회견에서 “오롯이 후보의 책임”이라고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배우자 김건희씨 논란에 대해서도 “제가 일관되게 가졌던 원칙과 잣대는 저와 가족, 제 주변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더니 “제가 볼 땐 형사적으로 처벌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발언을 내놨다. 회견 당일도 허위이력 관련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점에 비춰볼 때 국민들로서는 윤 후보의 발언을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운동은 후보와 정당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제1 야당과 대선후보가 투표 두 달을 앞두고 국정 청사진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국민의 검증 기회를 박탈하는 직무유기다. 만시지탄이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위기의 원인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반문재인’ 기치와 정권교체 구호만 있을 뿐 자신들의 국정운영 청사진과 구체적인 방안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후보도 정책을 숙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시기마다 말이 달라 온통 뒤죽박죽이다. 대표적으로 소상공인 지원은 날마다 말이 바뀌고 있다. 색깔론이나 반노동적 발언 등 후보의 퇴행적 언행에 대해서도 후보와 당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즉각 TV토론 등 다양한 장을 열어 국민의 질문에 답하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날 오후 윤 후보가 그간의 입장을 바꿔 토론에 적극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다. 이제야말로 후보가 국민들에게 판단을 받는, 제대로 된 검증의 시간이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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